그래, 나는
불꺼진 창을 서성이다
너를 만났어
그날 이후
네 그림자를 따라
뒤돌아보기를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멀리서 뚜벅뚜벅 걸어오는 시를
밀물처럼 밀려드는 가난한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 첨벙, 첨벙
그 바다를 쉬지 않고 걸었어
펜이 마를 때까지, 나는
시의 등잔을 들고
부서지는 파도를 타며
기꺼이,
알라딘의 마법 같은 시간 속에서
품에 안긴 사랑꽃을 꺼내들지
외로운 섬과 섬 너머,
첫눈을 맞으며
우리의 푸른 언덕을 다시 거닐면서
시 이낭희(행신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