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사막


여행을 떠나기 전 칠레는 입국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는 말을 들었었다. 특히 음식에 관한 규정이 까다로워 과일. 씨앗. 집에서 만든 반찬류. 개봉된 공산품인 뜯어진 컵라면, 껌 지퍼백에 담긴 누룽지 등은 모두 반입 불가다. 여행 첫 나라인 멕시코에서 훈련견의 코에 반찬 냄새를 들켜 고생했던 터라 일행들은 모두 긴장을 했었다. 그런데 입국 관리소에 들어서자 잘생긴 직원분이 친절하게 “안녕하세요”라며 한국말로 인사를 해주고 K팝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수월하게 입국 수속을 마치고 통과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K팝의 위력을 느끼며 가슴이 뿌듯해졌다.

입국관리소를 통과해서 반대편으로 나오니 쿠션 좋은 칠레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길은 아스콘 포장을 한 길이었다. 얼마를 달리자 산 아래 우유니 소금사막처럼 희고 넓은 사막이 보여서 저것도 소금사막이냐고 물었더니 그건 소금이 아니라 ‘인’이라고 했다. 인이면 비료에 들어가는 성분 중 하나로 농사를 짓는데 중요한 성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광물이 지천에 깔려 있는 나라이며 철이 평지에 깔려 있는 나라 칠레다. 우리나라에선 광물을 얻으려면 굉도를 깊이 파 들어가야 하는데...광물이 평지에 지천으로 깔려 있다. 하얗게 펼쳐진 ‘인’ 옆으로 철로가 놓여있고 철길 위로 염전에서 소금을 걷듯 인을 걷어내어 화물칸에 가득 실은 열차가 힘차게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철로와 운송 차량


그리고 철길과 조금 떨어진 곳에는 페루에서 봤던 영혼 위안소가 보이고 그 옆으로 하얀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공동묘지가 보였다. 산 자들을 위한 죽은 자들의 희생의 증표인 것이다. 습관적으로 두 손을 모아 본다. 스쳐 가는 산들은 거대한 오름처럼 생겼으며 페루의 비니쿤카처럼은 아니지만 옅은 색 무지개를 보여주는 산도 있었다. 한국과 칠레의 시간 차이는 12시간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낮은 한국의 밤이다. 처음에는 시차 적응하느라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곳 시간에 적응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깔리마는 국경 가까이에 있는 도시이며 여행의 중간 기착지로 저녁에 도착해서 1박을 하고 아침이면 비행기를 타고 산티아고로 출발해야 한다. 아쉽지만 칠레의 국경도시 깔리마는 땅을 밟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장시간 육로로 볼리비아와 칠레의 국경을 넘으며 황량해서 아름다운 사막 풍경과 사막 곳곳에 숨겨놓은 비경과 호수 등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시간만 허용된다면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려진 기관차

* 김양숙, 1990년『문학과 의식』시 등단, 2025년 탄리문학상 수상, 2024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비 수혜, 2017년 [시와산문 작품상] 수상, 2013년 부천문화예술발전기금수혜. 2009년 [한국시인상] 수상, 시집 『종이 사막』,『지금은 뼈를 세는 중이다』,『기둥서방 길들이기』,『흉터를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유』,『고래, 겹의 사생활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