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푸르다 못해 허공에 쪽물을 풀어 놓은 것 같다. 멀리 국경에서 연기를 내뿜는 올라게 화산이 보이고 사방으로 서있는 설산이 이국적 풍경을 만들고 있다. 외국에서 만나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랜드 크루저에 달고 시원하게 뚫린 길을 달렸다. 얼마를 가다 멀리 설산과 붉은 사암으로 된 멋진 바위들이 보였다.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모두 관광지가 되어 인파가 몰렸을 만한 곳이다.
일행들과 차에서 내려 붉은 바위 위로 올라가 멋진 사진들을 찍어 본다. 여행은 결국 사진만 남는다는 말처럼, 가는 곳마다 이국적 풍경에 도취되어 셔터를 누르게 된다. 비소와 마그네슘과 탄산염과 칼슘 등이 녹아 녹색을 띠는 호수와 치명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그 호수들을 숨기고 있는 치구아나 사막 속 아무렇게나 펼쳐진 바위와 설산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설산은 사방으로 뚝뚝 떨어져 있었다. 연기를 머리 위로 내뿜고 있는 올라게 화산이 가깝게 보이지만 실제는 생각보다 멀리에 있다고 했다.
전망대 휴게소에서 라마 햄버거 하나를 사서 점심과 곁들여 먹었다. 약간 누린내가 나는 맛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볼리비아의 거칠었던 풍경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칠레 가까이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볼리비아출국장에서 출국심사서를 제출하고 다시 랜드 크루저를 타고 칠레 입국장에 와서야 우리를 이곳까지 데려다주신 기사분과 늘 건강하시라는 말을 전하며 헤어졌다. 이번 여행은 중남미 여러 나라를 다니는 여행이라 가이드와의 만남과 헤어짐이 계속되었다. 다행히 나라마다 만나는 가이드 분들 모두 친절한 분들이었다.
* 김양숙, 1990년『문학과 의식』시 등단, 2025년 탄리문학상 수상, 2024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비 수혜, 2017년 [시와산문 작품상] 수상, 2013년 부천문화예술발전기금수혜. 2009년 [한국시인상] 수상, 시집 『종이 사막』,『지금은 뼈를 세는 중이다』,『기둥서방 길들이기』,『흉터를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유』,『고래, 겹의 사생활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