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산중학교(교장 지종문)는 근대문학의 역사와 흐름을 이해하고, 문학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체험하기 위하여 <책과 함께하는 시간여행, 인천 개항길>을 주제로 사제동행 책 소풍을 다녀왔다.
책 소풍을 가기 전에 근대 시 필사와 75년 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등의 역사적 배경을 사전 학습하였고, 즐거운 책 소풍을 위하여 안전교육도 받았다. 그리고 9월 20일 토요일 학생 31명과 교사 6명이 한국근대문학관, 중국문화원, 동화마을, 자유공원 그리고 개항길을 다녀왔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날씨가 화창하였다. 학생들과 선생님들 모두 책 소풍을 기대하는 표정을 담고 인천으로 향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40분가량 달려 인천의 개항장에 도착하였다. 이곳에는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창고 건물이 남아 있었고, 한국 근대문학관도 이런 건물들을 보수하여 지금의 문화 공간이 되었다. 문학관 정면에는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라는 시가 우리를 반겼다. 우리는 함께 그 시를 낭송하면서 문학관 견학을 시작하였다.
견학은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고, 두 분 해설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동선을 달리한 해설 관람과 학생들이 스스로 체험하는 자유 관람으로 하였다. 문학관은 2층 규모로, 1층에는 한국 근대문학의 흐름을 시대별로 나눈 전시관, 인천과 관련된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관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2층에는 체험형 전시관이 있었다.
주요 작가로는 최남선, 김소월, 염상섭, 이상, 현진건, 백석, 이광수, 이상화, 김동인, 한용운, 정지용, 임화 등이 있었으며, 각 작가의 대표 작품과 사회적 배경도 함께 설명해 주었다. 또 문학이 근대화 과정에서 어떻게 변했는지, 식민지 시대 문학의 특징과 민족의식을 담은 저항 문학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작가들의 친필 원고, 손수 기록한 육필 시집, 당시의 신문과 잡지들이 흥미를 끌었다. 2층에 마련된 체험 공간에는 학생들이 100문 퀴즈 풀기, 웹툰으로 재구성된 근대문학, 겔러그 게임, MBTI 테스트 등으로 문학이 익숙하지 않아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2학년 전고요 학생은 “어린이날을 만드신 방정환 선생님의 <동생을 찾으러>에 호기심이 생겨 꼭 읽어 보고 싶다.”고 했다. 또 김희센 학생은 “책에서만 보았던 시를 실제로 쓴 원고를 보니까 시인이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1학년의 이가흔 학생은 “여러 버전의 아리랑 노래가 재미있고 그중에서도 락버전이 특히 재미있었다.”고 했다. 이곳 문학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한국 문학의 뿌리를 생각하게 하고 그 의미를 깨닫게 하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이어서 우리는 중국문화원으로 이동했다. 중국문화원은 차이나타운의 상징적 건물이다. 이곳에는 중국의 문화와 화교 역사에 대한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었다. 중국문화원이지만 1층에는 한국 작가들의 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우리는 잠시 회화의 예술세계를 감상했다. 옥으로 만들어진 공예품과 화려하기 그지없는 수예품, 중국의 전통 악기들, 유리로 만든 내화작품, 조개 공예, 전통 미술 그리고 시안의 진시황릉의 마차를 재현한 작품까지 구경할 수 있었다. 또 여러 가지 다양하고 화려한 치파오(중국옷)을 입어 볼 수 있었고 심지어 포토존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중국 전통 의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고, 식사 중에 짧게 경극의 변검 공연을 관람하였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자유공원으로 가는 길에 동화마을이 있었다. 다양한 동화 속 주인공들이 벽화로 그려져 있었고 조형물들도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었다. 동화마을은 낙후된 주거지를 예술적 공간으로 변화하였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화마을은 경사가 심해서 걷기가 힘들었다.
동화마을을 지나고 산꼭대기에 비로소 자유공원이 있었다. 이곳에는 인천 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의 동상과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이 있었다. 인천시의 행사로 통제되고 있어 한정된 자유공원에서 초록의 나무들과 맑은 가을 하늘과 바람을 느끼면서 우리는 자유와 평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차이나타운으로 이동했다. 차이나타운은 1883년 인천항을 개항한 후 중국인들이 하나둘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되었다. 이곳은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유일한 차이나타운이다. 중국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과 문화를 간직한 거리 곳곳에서는 화려한 중국풍의 간판과 장식이 눈에 띄었다. ‘삼국지 벽화 거리’를 따라 걸으면서 삼국지의 주요 인물 유비, 장비, 관우의 벽화도 볼 수 있었다.
가게에는 중국풍의 물건들과 먹거리들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중국어를 사용하는 관광객들도 많아 거리가 번화했다. 학생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구경하기 바빴고 중국 간식을 사 먹기도 했다. 이 거리는 원래 청나라 조계지였다. 예쁜 중국식 정원도 있고 사람들은 사진을 찍곤 했다. 이곳을 걸어서 내려오면 일본 조계 지역이 있어 일본식 근대 건물이 있다. 일본식 근대 건물을 살려서 당시 인천 개항길의 다양한 모습을 재연한 노력이 돋보였다. 제물포항(인천의 옛 이름)이 개항되면서 생긴 이 길에서 오래된 건물들을 보고 그 건물에서 일어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은 단순히 물건이 거래되는 상업적인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나누면서 살았던 곳임을 다시 느꼈다.(글 염경미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