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복잡한 공항


지긋지긋한 무더위 끝 유럽으로 달포의 여행 일정이 잡혀 꼭두새벽에 집을 나섰다. 먼동이 채 트기 전 공항은 이미 오가는 사람들로 밤낮이 없었다. 수없이 반복하는 일이지만 해가 갈수록 낯선 일처럼 다가오는 표를 사고 짐을 보내고 보안 검색 그리고 출국심사를 마쳤다.

프랑크푸르트 공항까지 14시간 비행은 생각보다 길었다. 두끼 식사와 물 두컵 외 어떤 써비스도 없는 저가 항공은 처음이다. 자다 깨기를 여러 번 반복했지만 얼만큼 가까이 왔는지 알수 없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수없이 떴다 감았다 반복한 후 이윽고 기장의 착륙 준비 방송이 나오고 30분 후 공항도착을 알렸다. 공항에서 '숲미술센터'까지 어떻게 갈 것인지 다시 확인하며 나의 도착시간이 일과시간 이후 저녁시간이라서 미상불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었다. 더구나 여긴 유럽이 아닌가? 급한대로 책임자인 우테(Ute Ritchel) 감독에게 메일을 보내고 착륙을 기다렸다.

'숲미술센터'


착륙과 동시에 인테넷을 다시 열고 우테 감독의 메일을 확인하니 '왔스앱(WhatsApp) 연결을 원하고 있었다. 왔스앱 등록 후 전화를 했더니 "자신은 이미 공항에 와 있다."며 그녀는 나한테 "짐은 찾았냐?"고 물었다. 그리고 "나는 'E'출구에 기다리고 있으니 그리로 오라."고 했다. 참 고마웠다. 내 스스로 찾아가려 했는데 공항까지 직접 나오다니... 통관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첫눈에 우테 감독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움에 "아니 얼마나 기다린 겁니까?"라고 물으니 "항상 그렇듯 꽤나 기다렸지."라고 대답했다. 어깨를 감싸 안고 인사를 나누다 그녀가 몹시 수척해졌다고 느껴 "다이어트 중입니까?"라고 물었더니 "아니 당이 있어 알약을 먹고 있는데 그 후로 22kg이나 빠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별히 증상 없이 살만 빠져 다행이라고 했다. '숲미술센터'로 오는 차중에서 셋으로 늘어난 손주 딸 사위 남편 등 가족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자신의 집에 와있다고 했다. 나도 다섯 달 전 손녀를 보았노라고 했다.

3년 만에 돌아온 '숲미술센터'는 여전히 반가운 곳이다. 오후 7시 가까워 모두 퇴근한 후지만 구석구석 사람의 손길이 머물고 있는 것 같았다. 감독의 안내로 잘 정돈된 침실과 사무실 안 주방과 화장실을 확인한 후 정원에 떨어진 사과를 내손에 쥐어주며 우테 감독은 집으로 갔다. 식탁에 남겨둔 빵과 냉장고 안에 있는 과일을 안주 삼아 와인 한 잔을 마시고 여독을 풀었다.

'숲미술센터'

간단한 아침 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