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민(작가, 초등학교 교사)

책을 덮고 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저자가 말한 “숨”이라는 비유였다. 교사의 정치기본권은 공기와 같다. 평소에는 당연해서 그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막혀 버리면 비로소 그것이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의 이 표현은 단순히 수사적 장치가 아니라, 우리 교육 현실의 본질을 드러내는 말처럼 다가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왜 이토록 제약되어 왔는지, 그것이 우리 교육과 사회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차근차근 되짚게 되었다.

정치기본권은 선거권, 피선거권, 정당 활동,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 모든 시민에게 주어져야 하는 권리다. 교사도 당연히 시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또 교육이라는 특수한 영역에 속한다는 이유로 반복적으로 권리를 박탈당해 왔다.

헌법 제7조

1항: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2항: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헌법 제31조

4항: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헌법 제7조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하고, 제31조에서 교육의 자주성과 중립성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보장’이라는 단어보다는 ‘제한’이라는 단어가 더 가까워 보인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운동의 금지)

①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

② 공무원은 선거에 있어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반대하기 위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누구든지 공무원으로 하여금 제1항 및 제2항에 규정된 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교육공무원법

제43조(정치운동의 금지)

교육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제65조에 따른 정치운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정당법

제22조(공무원의 당원 가입 금지)

① 법령에 의하여 정치활동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공무원은 당원이 될 수 없다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 등의 중립의무 등)

①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② 누구든지 공무원으로 하여금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렇게 보면, 헌법은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원칙을 선언하고, 세부 법률(국가공무원법·교육공무원법·정당법·공직선거법 등)은 이를 금지 규정으로 구체화해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강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국가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 정당법, 공직선거법 등 여러 법률이 교사의 정치활동을 중첩적으로 금지하면서 교사는 사실상 “투표만 할 수 있는 시민”으로 남았다. 더 나아가 선관위의 해석은 지나치게 엄격해, 특정 후보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조차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교사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현실이다.

책을 읽으면서 특히 충격적이었던 지점은 역사적 맥락이었다. 1949년 제정된 국가공무원법은 최소한의 정치활동 제한에 머물렀다. 하지만 1963년 박정희 군사정권은 법을 개정하며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전면적으로 박탈했다. 정당 가입은 물론, 사적 정치활동까지 모두 금지되었다. 교사는 더 이상 지역사회 지식인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없었고, 학생에게 비판적 시민 의식을 심어줄 수도 없었다. 이는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정권의 통제 수단이었다. 정권은 교사의 사회적 영향력을 두려워했고, 교실이 민주주의의 싹을 틔우는 공간이 되는 것을 차단하고자 했다. 결국 교사를 억누름으로써 교육을 국가주의적 가치 주입의 통로로 만들었던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오래 머물렀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교사는 지역사회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다음 세대에게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심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군사정권은 교사를 가장 먼저 통제하고자 했던 것이다. 교사가 침묵하면 교실은 더 이상 토론의 장이 될 수 없고,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몸으로 배울 기회를 잃는다. 정치기본권을 빼앗긴 교사는 숨이 막힌 존재일 뿐 아니라, 그 숨 막힘은 곧 학생에게,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 전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기본권은 본질적으로 충돌하는가? 이것은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의 논란에 가장 핵심되는 부분다. 나는 오히려 충돌하지 않는다 생각한다.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인정하는 것은 교육의 자주성을 지키는 길이다. 권리 없는 교사는 정치 권력의 간섭 앞에서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교사가 자유롭게 호흡할 때에야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관점과 민주적 가치를 가르칠 수 있다.

해외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독일이나 핀란드, 프랑스 등에서는 교사가 시민으로서 정치활동을 보장받지만, 교실 안에서는 철저히 중립을 요구한다.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은 교육의 중립성과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즉, 교사의 정치기본권은 교육을 정치 권력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기초이며, 교육의 자주성을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게 하는 토대다.

저자는 마지막에 “이제는 법 개정이라는 난관을 넘기 위해 교사는 시민과 손을 잡고 정치인과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을 “나침반”에 비유했다. 이 비유가 마음에 오래 남는다.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은 단순히 교사 집단의 권리 요구가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회복하는 일이자, 우리 교육이 더 숨 쉴 수 있도록 만드는 방향이다. 교사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곧 교육을 살리고, 민주사회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길과 맞닿아 있다.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은 나로 하여금 교사의 권리가 단순한 직업적 특권이 아님을 깨닫게 했다. 그것은 교사가 살아가기 위한 숨이고, 학생들이 자라기 위한 공기이며, 우리 교육이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한 토양이다. 이 책은 교사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교사의 숨이 막히면 결국 사회 전체의 민주적 숨결도 막힌다. 이제 우리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야 한다. 그 길은 쉽지 않겠지만, 그 길 끝에서야 비로소 교사와 학생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교육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