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양은 아니지만 이삼일 흩뿌리듯 내린 비로 기온이 내려간 현장에 화목난로가 놓였다.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계절 또한 어김없이 순환하는 것처럼 현장에서 집도 날마다 달라지고 깊어지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골조만 있을 때는 사방 공간이 열려 있다. 하늘로 향하는 공간까지도 열려 있다.
열린 공간이 벽체로 닫히고 서까래마저 방수포와 합판으로 덮이자 나는 못내 아쉽다. 바닥을 제외하고 다섯 면이 모두 열려 있어 바람, 빛, 가을, 비마저 들였던 공간이 닫히자 까닭을 알 수 없는 아쉬움이 밀려오면서 한편으론 안도감도 느낀다. 면이 만들어지자 공간감이 깊어진다. 건축사님이 ‘터파기를 하고 골조와 벽체를 세우고, 내장 작업을 마치고 벽지를 바른 후 가구들을 채우면서 공간이 점점 커진다’고 말했다. 맞다. 믿기지 않는 체험이다. 터파기를 했을 때 ‘참 좁구나’ 여겼던 공간이 주름이 펴진 듯 느껴진다. 건축사님 말씀이 가구를 채우면 가장 넓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하시는데 그때쯤 ‘충분하구나’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집은 외쪽박공지붕이라 박공지붕보다 두 벽면이 높다. 마치 그 두 벽면만 보면 2층집 같다. 게다가 현관이 높은 벽면에 있어서 집이 커 보인다. 이웃의 박공지붕들은 고개를 숙인 듯 겸손해 보이는데 우리 집은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있는 모양새다. 겸손하게 살라는 말이 들리는 것 같다. 추워진 날씨에 방통(방바닥 통미장)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집 전체 외벽에 은박지 같은 스카이텍까지 둘렀다. 목재의 선이 하나도 안 보이지만 성처럼 의젓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