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미(관산중학교 교사)


오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은 이주배경 학생이 가진 강점, 즉 이중언어능력자를 양성하고 싶은지를 묻는다. 학교현장에서 볼 때, 그들은 탁상공론만 할 뿐 현장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중언어 능력자를 키울 기회를 만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2022년부터 4년간 다문화밀집학교의 최전선에서 실질적 다문화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으로 이 부분에 대하여 수 차례 건의도 하고 약속도 받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이주배경을 가진 학생일지라도 이중언어 능력자는 10% 안팎에 불과하다. 그것도 본교의 경우, 해마다 이중언어말하기발표회를 거쳐서 발굴해야 드러난다. 외국어를 익혀서 모국어처럼 편하게 되려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인재를 양성해 두고 큰 무대에 나서서 말할 기회를 기다린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이 대회를 경인교대 한국다문화센터에 위탁하여 운영한다. 초등 10명, 중등 10명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이 전부다. 어찌된 일인가 하여 전화를 하니 올해는 경쟁이 심하여 참가자가 100명도 넘었다고 한다. 그런데 달랑 중-고등학교를 합해서 10명을 무대에 올린다. 90%의 학생은 무대에 설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예선 탈락이라는 좌절감을 맛본다.

우리나라에서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이주 배경 학생이 중앙다문화교육센터 통계에 의하면 2023년 기준 181,178명이다. 그중에 38%가 경기도에서 학교를 다닌다. 그런 학생들에게 1년에 1번, 10명에게 기회를 주다니 이중언어 능력자를 양성하겠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다. 10명이 참가하든 100명이 참가하든 10명이 경기도대회 본선 진출자라는 건 너무도 산술적인 계산이다. 최소한의 비례의 법칙도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87%의 이주배경 학생으로 구성된 관산중학교에서는 그 어려움이야말로 어떻게 다 할 수 있으랴. 학생은 한국 아이들이 거의 없다. 대부분 러시아어, 중국어를 사용한다. 17개의 국적을 가진 학생들이다. 친구끼리는 당연히 모국어를 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활동을 하는 교사의 노고는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는 이중언어 능력자를 양성하는 일이다. 이 아이들이 바로 한국어를 잘 익히면 이중언어 능력자가 될 수 있다. 초등 5~6학년, 또는 중학생일 때 취학한 아이들 중에서 모국어를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익힌다면 가능하다. 그밖에도 다양한 형태의 이주배경 학생이 있지만 모국어만 알거나 한국어만 아는 학생들로 크게 구분된다.

이미 가진 능력을 강화하기는커녕 그 능력을 보여줄 무대조차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초, 중학교에서는 대면으로 해도 학생들이 한국어를 어려워한다. 이들은 가나다라를 모르고 취학했다. 본교는 시도 때도 없이 취학하는 아이들을 맡아 줄 특별학급 증설과 교사 증치가 더 시급하다. 교육부나 경기도교육청은 각종 공문으로만 업무를 보탤 것이 아니라 현장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랄 뿐이다. 안그래도 버거운 다문화밀집학교에 인력 보충이 필요하다.

1. 경기도교육청에서 경인교대 다문화센터에 위탁하지 말라(10명 선발에만 관심). 직접 운영하여 예선 대회에 학생들이 많이 출전하면 그에 비례해서 많이 선발하여 본선 무대에서 설 기회를 달라.

2. 18만 명이 넘는 이주배경학생들을 위해 경기도교육청에서는 1년에 단 1번, 10명 선발을 한다. 더 많은 기회를 달라. 시-군-구 교육지원청이나 다문화관련기관 등이 주최하는 크고 작은 이중언어말하기대회를 개최하라

3. 중등이라 하여 중학생, 고등학생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10명을 선발하는데 불합리하다. 13살인 중학생부터 18살인 고등학생이 같은 출발선에서 겨룬다는 것은 중학생에게 불리한 규칙이다. 중학생부, 고등학생부를 분리하여 실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