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토루를 떠난 지 하루 한나절이 지난 이튿날 정오 겨우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 도착했다. 최종 목적지 부다페스트까지 3시간을 더 가야 하는데 정류장에서 출발까지 2시간 45분을 기다려야 했다. 마냥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라서 무작정 걷기로 했다. 터미널을 나와 왼쪽으로 방향을 트니 ‘Vien Energie’라고 쓰인 큰 건물이 나타났다. 그 건물을 기준으로 삼아 다시 왼쪽으로 돌아가니 곧은 길이 나오고 그 끝에 한적한 공간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그곳은 인적이 드물고 활용도가 없는 물건들이 여기저기 야적된 도심 속 버려진 공간이었다. 멀리 첨단의 건물이 보이는가 하면 가까이는 손질이 전혀 되지 않은 잡목들과 제멋대로 자란 풀들이 오히려 나를 반기는 듯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었다. 나무 밑 그늘에 앉아 물 한 모금으로 입을 축이고 터미널에서부터 긴장되었던 아랫배 통증을 해결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비엔나 풍경

비엔나 거리


시계를 보니 발차 시각까지 아직도 2시간이 남아 있었다. 따분한 생각에 시간 때울 일이 없을까? 둘러보는데 아스팔트 위에 나뒹구는 나뭇가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옆에 선 거대한 미루나무에서 가지 하나가 돌풍을 맞아 꺾인 모양이다. 잎과 가지를 일일이 분리한 다음 약간의 미학적 형태와 배열로 죽음에 이른 나뭇가지에 의미 부여 함으로써 작품 하나가 탄생했다. 가방 속에 있던 카메라를 꺼내 기록하고 터미널로 돌아오니 출발 30분 전이었다. 창의적 활동을 생각하기엔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작품 하나로 긴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응우, 비엔나의 그림 마크, 오스트리아,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