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영(신일중학교 교사)
자신이 되고 싶은 직업과 자녀가 되었으면 하는 직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둘 중에 선택지가 넓은 것은 무엇이고, 부모의 입장이 되면 본인의 직업에 대한 관대함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녀가 되길 바라는 직업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부모들에게 그런 질문을 한 조사는 흔치 않다. 가장 최근 자료로 2018년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에서 직장인 453명에게 질문한 조사를 찾았다. 1위는 공무원(24.8%), 2위는 의사·약사(15.2%), 그다음은 교사(7.6%), 변호사·판사(5.7%), 대기업 직장인(4.8%), 그리고 요리사(4.8%)이다. (디지털조선일보. 2018. 1. 13.)
그런 직업을 고른 이유는 스트레스를 가장 적게 받을 것 같아서(32.2%)가 1위, 정년 없이 일할 수 있어서(14.6%), 근무 환경·복지 제도가 우수해서(14.1%)였다. 과연 저 위의 직업들이 스트레스가 적고 근무 환경이 우수한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이지만 부모의 마음으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이유와 직업들이란 결과를 확인하고 왜 저런 조사가 드물었는지 이해가 갔다.
그럼, 아이들은 어떨까? 2024년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실시한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희망 직업은 다음과 같다. 우선 초등학생은 1위 운동선수(12.9%), 2위 의사(6.1%), 3위 크리에이터(4.8%), 4위 교사(4.7%), 5위 요리사/조리사(4.1%)이고 중학생은 2위 운동선수(5.9%), 3위 의사(5.1%), 4위 경찰관(3.3%), 5위 약사(2.6%)로 나타났다. 끝으로 고등학생은 2위 간호사(5.8%), 3위 군인(2.7%), 4위 경찰관(2.7%), 5위 CEO/경영자(2.5%)였다. 중·고등학교에서 2위부터 소개한 이유는 대망의 1위 직업이 같기 때문이다. 중학생은 6.8%, 고등학생은 6.9%를 얻은 직업은 다름 아닌 ‘교사’이다. 아이들이 선망하는 대표 직업 가운데 교사가 들어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즐거워할 만한 일이지만 ‘그런데 왜 그러니?’라는 물음을 떠올리면 불가해한 결과이다.
10위권으로 확대하면 경찰관, 제과/제빵원, 가수, 배우가 있는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은 아직 순수한 맛이 있고, 간호사, 회사원, 요리사/조리사. 군인 등이 있는 중학생은 이 사회 직업군의 전형을 보여준다. 고등학생에게는 드디어 컴퓨터 공학자나 소프트웨어 개발자, 생명과학자, 경영·경제 관련 전문직, 감독·프로듀서 등이 보여서 희망 진로 분야가 좀 더 구체화된 것을 알 수 있고, 10위 안에 ‘의사’가 보이지 않는 건 현실적인 눈높이를 맞춘 모습으로 보인다.
아이들의 희망 직업을 볼 때마다 저 직업들이 얼마나 간절한 희망 속에 있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생각이 현실을 다 담을 순 없다고 이해해도 지나치게 단순화된 직업군들뿐인 점은 아쉽다. 대학 입시나 취업 현장에서의 선호와 차이가 큰 점 또한 진로 교육을 복잡계 속으로 몰아넣는다. 어차피 성적 따라 선택하는 진로가 결정될 것이고 보상이나 처우에 따라 쏠림이 생겨날 것임을 예상하면 허탈해진다. 그래도 교육적 차원에서 실시하는 조사이다. 의미 없음에도 부여할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진로 교사를 하면서 알게 된 커리어넷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줄여서 직능원)이 운영하고 무려 교육부가 지원하는 직업과 진로에 관한 공공 사이트이다. 2009년 1월부터 운영되고 있으니, 올해로 16년 차에 접어드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진로 교육의 보고(寶庫)이다. 성인용 직업 탐색을 겸한 워크넷보다는 다분히 중고등학생 중심의 내용들이 많아서 진로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님이나 학생들은 자주 이용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진로 심리 검사’에서는 학생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원격으로 자신의 진로 개발 준비도나 직업 가치관 등을 검사할 수 있어서 유용하다. ‘진로 상담’에서는 전문가에게 상담 신청 후 개별적인 진로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직업 정보’와 ‘학과 정보’에서는 말 그대로 직업과 대학 학과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진로 동영상’과 ‘진로 교육 자료’에서는 직업에 관한 소개 동영상과 교육 자료들을 보고 얻을 수 있다. 당연히 선생님들에게도 유용하다.
모처럼 사이트에 들어가서 살펴보다가 ‘직업 정보’와 ‘학과 정보’에 머물렀다. 문득 아이들은 어떤 직업에 가장 관심이 클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직업들을 조회수로 정렬해 보는 것이다. 하위 단락인 ‘직업 백과’에는 총 546개의 직업을 소개하고 있다. 운영 기간은 3년인데 게시물을 올린 건 1년에 한 번 정도이기 때문에 기간의 차이를 어느 정도 감안하고 볼 때, 가장 조회수가 많이 나온 직업은 바로 경찰관이었다. 약 12만 명이 조회해서 2등과 무려 2만 명의 차이가 난다. 그다음은 간호사(10만), 인문계 중등학교 교사, 초등학교 교사, 가수(8만), 운동선수(7만), 전문 의사, 회계사, 직업 군인, 비행기 승무원(6만), 유치원 교사, 제과사 및 제빵사, 수의사 순이었다.
이번에는 ‘직업인 인터뷰’이다. 총 357개의 직업인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보인 건 크리에이터였다. 다음은 반려동물 훈련 상담사, 프로파일러, 운항관리사 등이었다. 이 항목엔 애초에 교사나 의사, 경찰관, 승무원이 없다. 그래서인지 ‘직업 백과’에서의 유사한 직업들이 높은 순위에 있다.
‘학과 정보’에서도 관심이 큰 학과를 살펴보았다. 하위 항목인 ‘대학교 학과 정보’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보인 학과는 경영학과(9만)였다. 그다음이 간호학과(8만), 심리학과(7만), 기계공학과(6만), 컴퓨터공학과(5만), 경찰행정학과, 신문방송학과, 경제학과(4만), 생명공학과 순이었다. 아울러 ‘학과 인터뷰’ 항목을 보니 생명공학과, 스포츠건강재활학과, 화학공학과, 심리학과, 약학과, 식품 응용공학과, 간호학과, 경찰행정학과, 의예과 순이었다.
조회수가 높은, 이른바 ‘관심 직업’이 ‘희망 직업’과의 교집합이 큰 점은 희망 직업 조사가 의미 없는 활동이 아님을 알게 한다. 총 직업과 학과 수를 보면 직업 정보와 학과 정보가 적은 직
업과 학과를 다룬 것은 아니다. 다만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익숙함이 좋을 뿐이다. 게다가 주변에서 관찰이 쉽기 때문에 잘 안다고 하는 직업인데도 궁금증이 크다는 점은 흥미롭다. 우리는 자주 보는 것에 관심이 더 큰 존재들일지 모른다.
진로 교사로서는 정반대의 관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색 결과로 보면 직업과 학과가 얼마나 다양한지 알 수 있다. ‘직업 정보’에서 가장 적은 조회수를 보인 직업은 소비생활 어드바이저, 웹 접근성 컨설턴트, 손실 방지 전문가, 디스플레이 개발자, 평등 관리 사무원, 사이버 평판 관리자 순이었다. ‘학과 정보’에서는 제지공학과, 측지정보과, 철도 토목과, 지방행정과, 전기·전자·통신공학 교육과, 선교학과 순이었다. 남들이 좋다고 몰리지 않는 곳에서 너만의 틈새 전략을 찾으라는 말이 얼마나 버거운 주문인지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검색을 다 하고 나서야 이런 말이 떠올랐다. “얘들아, 진로·직업에서만큼이라도 우리 있는 것부터 확실히 알고 가자. 부담 줘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