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영(신일중학교 진로진학교사)

학교 선생님들에게 실시할 신학년 워크숍 자료를 조사하다가 내가 사는 신도시의 초등학교 중에 2024년도를 기준으로 1학년과 2학년이 각각 한 개 학급밖엔 없는 곳들이 꽤 많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1기 신도시 중 하나인 우리 동네는 인구수가 100만 명이 넘는 곳인데도 그렇다. 2024년도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약 11,000명이 늘어서 9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고 다들 반가워했지만, 그래봤자 24만 명이다. 밀레니엄의 해인 2000년에 출생아 수는 약 63만 명이었다. 이게 2016년까지 40만 명을 유지하다가 그마저도 반토막이 난 게 2023년이었다. 그해의 출생아 수가 약 23만 명, 충격적인 숫자이다. 지금 초등학교 1학년에 한 개 학급인 학교들이 속출하고 있으니 23만 명의 아이들이 입학할 시기가 되면 수도권의 웬만한 지역에서도 초등학교 통폐합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올 것이다. 불과 약 6년 뒤의 일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할 정도로 긴 시간이지만 요즘은 예전보다 훨씬 짧아진 기간으로 느껴진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서이다. 그러다 보니 이리저리 바삐 살다 보면 한 5~6년은 허무하게 지나가는 느낌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 눈앞에 초고령화 사회의 양상들이 전면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인구의 20%가 넘는 사회를 뜻하는 ‘초고령화 사회’. 우리나라는 이미 2024년 12월을 기준으로 그 사회에 접어들었다. 고령화 사회의 대표 격인 옆 나라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본다. 놀랍게도 현재 일본은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약 30%에 해당하는 초초고령화 사회이다. 인구의 1/3이 노인이라니!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하면 아직 젊은 나라이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속도의 측면에선 아쉬울 게 없는 나라. 일본이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서서 지금과 같은 30%의 노인 인구 비율인 나라가 되는데 걸린 기간은 약 18년이었다. 우리나라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36년에 노인 인구 비율이 약 30%의 나라가 된다. 일본보다 6년이 빠른 기간에 달성될 결과다.

2026학년도 수도권 대학의 모집 정원이 약 13만 명이다. 2023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모집 정원의 변화가 없이 대입을 치른다면 둘 중의 하나는 여기에 들어갈 수 있다. 더 이상 인서울이니, 인경기니 하는 말이 무색해진다. 물론 대학 모집 정원이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더 문제다. 그 많은 대학이 어떻게 규모를 줄이고 인력을 감원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벌써부터 지방에서는 대학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 상권과 경제가 붕괴되는 안타까운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초 고령화 사회의 전개는 분명히 일정 정도의 고통을 동반할 것이다.

그렇지만 위기 속에서 기회가 나오듯, 고령화 사회에 유망한 산업 분야와 직종이 어느새 나타나고 있다. 그런 분야를 감안하고 자신의 진로와 함께 고려해 보는 건 미래가 불안할수록 갖추어야 할 자세이다. 아이들에게도 알려줘야 할 필수 정보이기도 하다. 선택은 언제나 각자의 몫이지만 몰라서 못하는 선택의 아쉬움만은 피하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고령화 사회는 누가 뭐래도 노인들을 위한 간병과 의료 산업이 각광받을 것이다. 이미 일본의 경우에서 알 수 있다. 거기에 첨단 간병으로 이어지면 로봇 산업도 함께 영향을 받을 것이고, 신약 개발 등의 바이오산업 역시 주력 산업이 될 것이다.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 산업은 규모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전개될 것이다. 소량 포장의 노인 전용 마트가 생겨날 것이고, 노인들을 중심으로 한 이동 서비스나 학습 서비스 등이 생겨날 것이다(실제로 일본에서는 유아용 학습지 회사에서 치매 등을 예방할 용도로 노인들의 학습지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노인 관련 사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무심코 지나쳐서 그렇지 관심을 두고 보면 작은 조사만으로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동네 상권을 파악할 때 심심하면 해보는 작업인데, 지도 앱을 켜고 관련 업종을 넣어 검색해 보는 것이다. 인구 감소의 충격이 초등학교에 이미 전해진 마당이니 과연 유치원 수는 얼마나 되는지 주변 지도를 고정하고 ‘유치원’을 찍어 보았다. 신도시의 두 개 동에서 102개가 나왔다. 그렇다면 정 반대 개념의 업종인 노인 돌봄 기관은 몇 개나 있을까? 일명 데이케어 등으로 불리는 주간, 또는 야간 노인 돌봄 센터를 말한다. ‘노인복지’라고 검색을 해보니 다양한 노인 돌봄 기관들이 나온다. 같은 조건으로 신도시의 두 개 동에 108개였다. 유치원 숫자와 거의 비슷한 노인 돌봄 기관의 숫자는 초고령화 사회의 현실을 실감하게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수치는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높다.

노인 돌봄 기관들을 지탱해 주는 재원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선 2008년부터 ‘노인 장기 요양보험’을 운영하고 있다(일본이 2000년부터 실시한 ‘개호보험’과 유사함).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건강보험에서 일부 금액을 증액하여 마련한 재원이다. 최초의 보험료율은 건강보험료액의 4.05%였다. 만일 건강보험료로 10만 원을 낸다고 하면 4천 원을 더 낸다고 보면 된다. 살면서 가장 서러운 건 아플 때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아닐까. 그 정도 금액으로 내 노후의 돌봄을 지원받는다면 전혀 아깝지 않은 금액이라고 생각했다.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사회보장제도가 처음으로 피부에 와닿는 느낌을 받은 건 처음 저 제도를 알았을 때였다. 지금은 보험료율이 올라 건강보험료액의 12.95%를 적용한다(2024년 기준). 10만 원이라면 12,950원을 더 내는 것이다. 그런데 혜택은 어떤가! 노인 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 인이 노인성 질병(치매, 뇌혈관성 질환)을 앓을 경우 돌봄을 받을 수 있다. 재가급여의 경우 장기 요양급여 비용의 15%, 시설급여의 경우 20%가 본인 부담금이다. 거칠게 말해 요양원 등에서 한 달에 200만 원의 비용이 나왔다면 본인은 40만 원만 내면 되는 구조이다. 그동안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제도가 정착하면서 노인 관련 사업과 일자리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진로 교육에도 활용할 만한 내용이다.

초고령화 사회가 우리나라와 일본만 있을까 싶다. OECD 국가들 가운데에서 이미 이탈리아, 포르투갈, 핀란드, 그리스, 독일,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스페인, 네덜란드 등의 나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건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런 와중에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한 사회의 변화 속에서 누군가는 미래를 내다보고 제도를 설계하며 공동체를 건강하게 돌보는 노력을 한다는 사실이다. 당장의 안위를 챙기면서도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며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의 노력은 후대에 빛남으로써 당시에는 미처 받지 못한 찬사를 받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장기 요양 보험의 제도 개요와 추진 경과가 나온다. 2002년, 대통령 공약사항에 포함된 ‘노인 요양 보장제도’ 도입의 시도가 그 시작이었다. 2006년 국회에서는 한나라당 2건, 열린우리당 2건, 민주노동당 1건, 입법청원 1건 등 총 7개 법안이 정부 입법으로 제출되었다. 지금과 비교해 돌이켜보니 보수와 진보 정당이 다채롭게 무언가를 도모하는 황금기였다. 그리고 입법 시점부터 1, 2차 시범 사업 실시 기간까지 해당 업무의 주무를 맡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금은 유명한 작가와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누구이다. 우리가 맞닥뜨린 초고령화 사회는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런 사회의 도래를 건강한 공동체의 유지를 위한 올곧은 가치로 대비하고 준비할 사람들의 부재일 것이다. 다시 한번 사람을 키우는 민주주의의 회복을 바라게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래서 제도를 살펴보며 그때의 대통령, 그때의 장관이 그리워지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