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이란예술유목 2016 (2)

캐심(Qeshm)을 떠나며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10.08 06:53 | 최종 수정 2024.10.08 09:01 의견 0

다음 날 오전에는 ‘용의 골짜기(Dragon Valley)’라고 하는 골짜기를 답사했다. 여러 층의 진흙이 쌓여 이루어진 지형이 융기된 후 심한 침식 작용에 의해 기기묘묘한 형상들을 이루고 있는 골짜기다. 원래 이곳이 사막이고 지금은 비가 오지 않는 겨울이지만 한 해에 한 번 물이 흐를 만큼 비가 온다고 한다. 이곳의 전설에도 용과 소녀와 젊은 영웅이 등장하고 있다. 전설은 ‘협곡의 안쪽에서 물의 흐름을 막는 용을 유인하기 위해 어린 소녀를 용의 굴 속에 제물로 바치는데 그 소녀를 사랑한 젊은이가 용과 싸워 사랑을 지키고 마을도 기근에서 해방한다.’라는 내용이었다. 저녁에는 외국 작가를 포함한 모든 작가가 도착했고 리추얼 가든에서 환영 행사와 이란의 전통 음악, 퍼포먼스 등이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는 테헤란 현대미술관에서 관계자 둘이 직접 내려와 배석하고 초반 3일간 GNAP(세계예술유목)에 동행했다. 그 밖에도 7, 8명의 테헤란 작가가 처음 진행되는 자연미술 노마드에 3, 4일 동참했다.

개막식의 작가들
개막식의 화동

아무튼 캐심에서의 모든 일정은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생소한 기후와 지형에 의해 이루어진 자연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그 속에서 오랜 역사를 통해 삶의 원형을 지켜온 사람들의 모습은 때론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지역이 이란에서는 경제적으로는 가장 낙후한 실정이라고 했다. 사나운 기후 때문에 농경할 수 없는 데다 산업시설도 전혀 없다시피 하니 먹고사는 일이 힘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작해야 바다 건너편 가까이 있는 아라비아나 예멘 등지와 보따리 무역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데 그것도 종종 기름 밀매와 마약 등에 손을 대는 등 부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러한 이유로 나달리안이 이곳에 “낙원 미술센터”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의 미술을 통한 사회의식 개혁운동이 성공을 거두어 이곳의 사람들이 낙원의 삶을 이루었으면 한다.

캐심섬, 바다의 이미지, 이응우 작
안녕하십니까? 캐심섬 바닷가, 이응우 작

캐심을 떠나기 위해 공항에서 다음 목적지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일주일이 어떻게 지났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캐심을 비롯한 이란의 중남부 지역은 물이 귀한 곳이다. 우리에게 나무가 없는 산은 상상할 수 없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산에 나무가 없다. 나무는 고작 사람들이 사는 곳에나 있다. 특별히 물주어 가꾸기 때문에 사람이 사는 곳에 나무도 같이 사는 것이다. 그만큼 나무가 귀한 것이다. 어쩌다 나무 도시락 이야길 했더니 “왜 하필 나무로 도시락을 만드냐며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나마 들판에서 드문드문 발견되는 나무들은 온통 가시투성이의 사막식물들이다. 그것들도 모두 잎을 뜯어 먹으려는 동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진화된 것이다. 그러나 낙타나 양, 염소를 비롯한 이곳에 사는 동물들은 매일 같이 이 황량한 들판에서 먹이를 찾아 배를 불려야 한다. 그들은 그들대로 가시덤불에서 먹이를 구할 수 있도록 혀나 구강구조가 특화된 동물 무리들이다. 참으로 신기할 만큼 각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결국 자연 속에 함께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주어진 조건 속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평화적 공생관계가 허물어지면 그 안의 모든 생명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캐심의 노마드가 저물고 있다.

물이 말라버려 염호가 된 북부우르미아 호수
우르미아 호수 킹콩 바위
우르미아 호수의 아홉개의 돌탑, 2016, 이응우
이스피한 중앙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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