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 한 사랑을 위하여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7.13 07:01 | 최종 수정 2024.07.13 07:32 의견 0

현 자

호젓한 숲길에서 마주 오는 사람이 반갑다

가벼운 눈인사로 스쳐 가는 짧은 시간

자장磁場이 일듯 마음에 잔물결이 퍼진다

큰비 그친 저녁 무렵 이 숲에 들기까지

그도 나도 근거 없이 외로웠을 터

얼굴에 달라붙는 거미줄 손사래로 치우며

소나무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이와

물푸레 짙푸른 그늘이 되고 싶은 사람이

똑같은 순간 숲길에 발을 들여놓은 인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갓길로 물러나

텅 빈 공간을 만들어 비켜주는 그대여

맑게 씻긴 황혼의 붉은 노을

빈 어깨에 가득 메고 있는 그대여

멈추시게 혹 그대가 내 찾던 사람

미루었던 그 한 사랑은 아니신가

불타는 저녁 노을 속으로 뚜벅뚜벅

오늘 하루의 삶 이만하면 되었다는 듯

저무는 해그림자를 끌고 가는 이여

(시인, 시집 <그리운 저녁 밥상>, 시와표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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