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娛樂歌樂 시 읽기】23. 이명윤, 사라진 심장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6.01 08:08 | 최종 수정 2024.06.01 08:48 의견 0

그들은 머리에 총을 쏘지만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라는 시를 쓴 미얀마의 한 시인이

무장 군인에게 끌려간 다음 날,

장기가 모두 적출되고 심장이 사라진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어느 컴컴한 건물에 심장을 남겨 두고

정육점에 걸린 고깃덩어리처럼

거죽만 헐렁헐렁 남은 몸이 돌아왔다

심장이 사라진 몸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

뉴스에선 말해주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꽃잎을 덮어야 저 슬픔이

채워질 수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쓸쓸히,

아무도 모르는 먼 길을 다녀왔다는 것

굶주린 하이에나가 이빨을 드러내는

어둠과 공포의 길

인간의 심장이 검은 봉지에 담겨

버려지는 절망의 길 위에서

홀로 우는 심장, 미얀마여

그 깃발,

그 눈동자,

그 외로움,

- 이명윤, 시집 <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중에서

설명하지 않아도 미얀마의 정치 상황을 쉽게 알게 해주는 시입니다. 우리는 한때 미얀마의 군부독재의 폭압성에 분노했습니다. 그들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과 국제연대 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러다 곧 우리는 잊었습니다. 남의 나라이기 때문에, 아무리 잔인한 상황도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곧 잊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미얀마의 상황은 과거도 아니고 남의 일도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광주의 아픔이 여전히 남아 있고, 오월만 되면 국민 모두가 상처에서 놓여나지 못합니다. 미얀마는 지금 쉽게 여행을 갈 수 없는 나라입니다. 국내의 모든 상황은 철저한 통제 아래 놓여 외부에 알려지지 않습니다. 외부의 언론도 더 이상 미얀마 내부의 사정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시인은 잊혀진 나라 미얀마를, 미얀마의 평화와 독재 종식을 바라고 싸우는 시인을 통해서 평화의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갈 수 없는 나라 미얀마의 상황을 우리나라에 와 있는 미얀마 이주노동자를 통해서 다시 한번 각성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우리 가까이, 미얀마>라는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저자는 고등학교를 제 발로 걸어 나와 국내와 해외의 박물관, 미술관 등 배움터와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스스로 배우는 이른바 '학교밖청소년'입니다. 평생 학교에서 밥을 먹고 살아온 터에 학교탈출자를 칭송할 입장은 아니지만 배움의 터전이 학교 안에만 있지 않음을 보여준 책이었습니다.

<우리 가까이, 미얀마, 류해온 저>라는 책은 국내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의 인터뷰집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미얀마 국내 사정과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가슴 아파하며 추천사를 쓴 제 입장에서 이명윤 시인의 시집 <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를 읽다가 광주의 통곡과 같은 ‘사라진 심장’은 제 심장을 도려낼 듯한 비수로 다가왔습니다.

사람의 목숨은 우리나라나 미얀마나 동등하고 민주와 평화의 깃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얀마가 꼭 남의 나라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미얀마의 해방, 그리고 우리나라의 정치적 성숙과 평화를 빕니다.

이 시를 읽는 모두에게 각성과 마음의 평강을 빕니다.(전종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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