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률의 교육비판, 우리 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5.22 06:41 의견 0

세상은 정말 넓고 강호엔 고수들이 무지 많은 가봅니다.

한국엔 놈 촘스키 같은 양심있고 책임 있는 학자가 없다고 투덜댔었는데, 김누리 교수님 같은 분이 계신 것을 모르고 지냈습니다. 그리니 우물안 지식과 정보만 가지고 함부로 투덜댈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암기와 해석을 잘해서, 남보다 문제를 빨리 푸는 학생이 1등이 되고, 그렇게 암기력과 이기적 우월감만으로 대통령이 되고 당 대표가 되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공동체 가치, 상대에 대한 배려, 동정심 따위는 들어 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이 자라서 최고가 된 것입니다. 그냥 자기만 잘 먹고 잘 살면 되는데, 나라와 백성을 다스리겠다고 나서니 문제인 것입니다.

공자 말하길, 부끄러움과 긍휼함을 모르면 인간이 아니라고 했는데, 정말 인간이 아닌 인간이 인간을 지도하는 괴이쩍은 나라가 된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 속에서 탄생한 부류가 의사 집단인데, 지금 둘의 싸움이 치열합니다. 이 둘의 쌈질에 사용되고 있는 무기가 '국민 생명'입니다.

국가가 전쟁터입니다. 국민 합의로 만든 헌법도 개나 물어가라는 식입니다. 서로 이해하고 사랑해도 이 험난한 국제 사회를 헤쳐나갈 둥 말 둥인데, 나라 안에서 대통령이 앞장서서 서로 편을 가르고 적을 만들어 죽기살기로 쌈질을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나라와 국민을 괴롭혔던 침략국, 주구장창 빨대 꽂고 삥 뜯는 나라만 찬양하고 사랑합니다. 대체 그런 무지몽매하고 패악한 사랑을 어디서, 누가 가르쳐줬는지 궁금합니다.

남탓만 하면 뭔 소용인가요. 뭐가 해결 되나요. 저도 김누리 교수님처럼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암기와 해석과 모방이 아닌, 이해와 체득(체험)과 창의적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존감, 자부심, 자신감으로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사유를 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물론 작금의 대학 교육을 보면, 막막하기는 합니다. SKY는 나라 안에서만 학벌 패권을 행사할 뿐, 창조적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지라 나라 밖으로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방안 풍수인 것이지요. 왜 그런 남자있잖아요. 밖에 나가서는 병신짓만 하고 돈은 못 벌어오면서도 집안에서 힘으로 아내와 자식들 때려잡는...

교수는 학교에서 강의실에서 갑이고, 권력자이고, 우월한 존재입니다. 지식과 학식과 덕목과 능력 따위를 갖추어서 갑이 아니라, 걍 교수이기 때문에 갑인 것입니다. 학생과 교수가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 갑/을, 상/하, 지배/피지배 관계입니다.

교수는 여전히 강단에서 암기한 것을 떠들거나 교재를 읽고 학생들은 그것을 받아 적고 다시 암기해서 답을 씁니다. 동종교배, 자가발전, 근친상간의 학문이 고착화된 것입니다. 가장 잘 받아쓰고 가장 잘 암기한 학생이 1등입니다. 문제의식을 가진 학생은 문제아가 되는 것입니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것이 입증 되었어도, 여전히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윽박지르는 형국이지요.

학생들에게 '자기생각'은 1도 없습니다. 유, 초, 중, 고교 때 배운 암기교육방식 그대로 대학생이 되어서도 배웁니다. 교수 생각과 다른 학생 생각을 말하면, 노예가 주인 행세하는 취급을 당합니다. 학생 교육을 위해 사용하라고 만든 교권을 자기 권위와 지위와 가오를 지키기 위해 사용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공부 안 한다고 학생을 나무라는 교수 수준이 혹은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해서 자신도 연구를 하지 않는다는 교수 수준이 딱 그 학생들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그니까 대통령 수준이 국민 수준인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경쟁, 즉 등수로 우열을 가리는 나라(그리고 그 우열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되는 비정상적인 나라)에서 그 성적을 틀어쥐고 있는 것이 교수입니다. 자기가 절대권력을 행세하며 그 나물에 그 밥 타령을 하다가 그만 망해버리고만 전공의 교수도, 그 반성과 책임은커녕(아니 부끄러움은커녕 세상 탓을 하지요) 여전히 그 전공시절의 권위와 기득권만은 어떻게 해서든 사수하려고 무진 애를 씁니다. 그러니 이들의 우주에서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작동하는 세계가 작금의 대학입니다.

김누리 교수님이 이걸 바꿔야 한다고 사자후를 토하시는데, 대학은 이미 귓구멍에 권위의 콘크리트와 가득권의 대못이 박혀 듣지를 못하나 봅니다.(대전대학교 교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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