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이탈리아 3

세계사의 중심에서 패션의 중심으로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5.07 06:33 의견 1

수상도시 베니스는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이곳에서 개최되는 비엔날레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오랫동안 세계미술의 흐름을 선도해 왔다. 곤돌라를 타고 이동하는 골목은 익숙하지 않은 풍물이다.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처럼 반도국가다. 지도책에서 보면 지중해의 한가운데 목이 긴 장화처럼 길게 늘어진 땅에 기후 좋고 살기 좋아 일찍이 그리스와 함께 서양문명의 중심에 우뚝 섰으며 모든 것이 로마로 통하던 나라였다. 15, 6세기의 르네상스는 세계사의 물꼬를 크게 돌려놓은 인류 역사상 가장 근사한 역사적 사건 중 하나였다. 그것도 다름 아닌 미술이 중심이 되어 신의 속박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살아 보자는 인류 최초의 대혁명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세계사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적어도 유럽인들은 그 문화적 토대 위에 발전을 이루었으며, 지금도 그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당시의 피렌체는 대항해 시대로 말미암아 전 세계로부터의 전리품과 수집품 또는 약탈한 물건들이 모여드는 집합소였을 것이다. 대부호 메디치 가문의 수집품 목록은 그 방대함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었다. 금은보화는 물론 아스텍의 귀중한 터키옥 가면을 비롯해 목록만으로도 두꺼운 책으로 여러 권이 넘었을 것이다.

처음 이탈리아에 왔을 때는 참 여러 가지로 어수선했다. 당시의 생각은 “조상 잘 만나 호강하다 보니 제멋대로군!”이었다. 어딜 가나 불안하고 도둑맞을까 두려워 여행하기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심지어 경찰을 사칭하는 바람에 까딱하면 여권을 건네줄 뻔한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다시 와보니 이탈리아는 적어도 여행자에겐 옛날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다. 오히려 프랑스가 더 안전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프랑스는 최근 급격히 증가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불법 이민자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양쪽 모두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날이 갈수록 그 숫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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