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의 철학, 노자 도덕경 산책 (42)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2.01 08:04 의견 0

1. 지역소멸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과 지역이 사라지는 현상은 확연히 다른 문제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아이를 키우기가 어렵고 동시에 취업과 주거문제가 주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문제다. 그런가 하면 지역이 사라지는 문제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 공정한 기회의 부족이다. 즉 지역에서 공정한 기회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서울 집중의 원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사실 2024년 대한민국 현재의 이런 모순적 구조는 분명하게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설계된 면도 없지 않다. 결론적으로 그 설계는 틀린 것이다. 국가의 발전이 특정 한 지역을 중심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인데 이미 우리는 특정 지역 중심으로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이런 잘못된 구조의 바닥에는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효용성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효용으로 모든 것을 판별하는 자본주의 방식으로 지금의 서울 집중은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만으로 본다면 동의하기는 싫지만 타당한 부분이 많다.

하동군의 전체 인구는 2023년 기준 41606명이다. 그리고 그중 하동책방이 있는 악양면의 인구는 3378명이다. 전체 하동군 인구의 약 12%에 해당한다. 거기에 작은 하동책방이 생긴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 1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부끄럽지만 4.5권이다.(문체부 통계 자료 참고) 악양면 인구 평균 연령은 59.5세이니 이미 독서 가능 시력이 아닌 분이 많을 것이다. 책을 사서 읽을 여력(경제력 그리고 시간적 여유)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책방은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일 공산이 크다. 물론 이 책방을 시작하신 세 분의 방향은 다른 곳에 있지만 이런 문제도 결코 간과할 수는 없다.

2. 쓸모

어제 하동책방을 다녀오며 이런 생각을 지그시 고민하던 중에 도덕경 11장 이야기가 문득 생각난다.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그러므로 유有가 이로울 수 있는 것은 무無로 쓰임을 삼기 때문이다.(도덕경 11장 부분)

여기서 이롭다는 것은 『장자』에서 말하는 쓸모(用)와 유사하다. 그 쓸모라는 것에는 반드시 방향성이 있게 되는데 유용과 무용은 결국 방향성의 문제일 수 있다. 어쨌거나 있음의 쓸모는 없음의 쓸모를 알게 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인데……

없음의 쓸모라…… 이 이야기는 『장자』에 더 분명하게 설명되어 있다. 『장자』 ‘외물’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惠子’가 ‘莊子’에게 말했다.

“자네의 말은 아무 쓸모가 없다네.”(혜자는 늘 이런 식이다.)

‘莊子’가 말했다.

“쓸모없음을 알아야만 비로소 쓸모 있음에 대해 더불어 말할 수 있다네.

무릇 천지天地는 넓고 또 크지 않은 것이 아니지만 실제로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은 발로 밟는 크기만큼의 공간일 뿐이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발의 크기를 측량하여 그 공간만 남기고 주위의 나머지 땅을 깊이 파 황천黃泉까지 도달하게 한다 치면, 그러고서도 발 딛는 공간이 사람들에게 여전히 쓸모 있는 땅이 될 수 있겠는가?”

‘惠子’가 말했다.

“쓸모가 없겠지.”

莊子가 말했다.

“그렇다면 쓸모없는 것이 쓸모가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구만!”

하동책방은 ‘장자’가 말한 발이 닫지는 않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땅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지지하는 토대가 너무나 약하고 부실하다. 이 지점에서 국가나 지자체 아니면 대한민국 거대 출판사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지역소멸을 막아낼 방법 중에 이런 방법도 있음을 제발 알아 주기를 !!...

아래 문구는 하동책방 화장실에 있는 글..... 간절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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