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여행】쿠바에서 온 편지 8

헤밍웨이의 추억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1.31 13:22 | 최종 수정 2024.01.31 13:24 의견 0

오늘은 아바나에서 조금 먼 헤밍웨이 흔적을 찾아 나선다. 낚시로 쿠바를 찾았다가 28년 살다 미국에 의해 추방될 때까지 쿠바를 사랑하며 소설을 쓴 작가.

헤밍웨이 동상


아바나에는 몇 군데 헤밍웨이 관련된 곳이 있는데 우선 playa filar라고 쿠바 지도상 중간쯤 북부 해변이다. 카스트로가 헤밍웨이를 좋아해서 그의 배 이름을 따 붙인 해변이고, 아바나 근교의 cojimar(코히마르)가 있고 22년간 헤밍웨이가 살았던 finca vigia(핑카 비히아), 7년간 머물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썼다는 오비스뽀 거리에 Ambos Mundos(암보스 문도스 호텔)이 있다. 거기서 조금 걸어 나오면 유명한 El Florits Bar가 있는데 여기가 헤밍웨이가 앉은자리에서 ‘다이끼리’를 12잔 마셨다는 곳이다.

공원 근처로 와서 택시와 흥정을 했다. 반나절 정도 코히마르, 핑카 비히아를 찍고 오는 코스인데 집을 한 점으로 삼각형 위치라 쉬지는 않았으나 40달러에 확정. 처음엔 50달러 불렀는데 한번 5달러 깎고 들어가 앉으려니 뼈대만 남은 차이 에어컨이 없다. 에어컨이 없다며 내리려 하니 40달러에 해준다며 자연의 바람이 얼마나 좋은데 그러냐며 호들갑을 떤다. (비냘레스를 바람으로 얼굴을 깎이듯 갔다 온 고통을 니가 아느냐 하지만 싼 값에 ㅠㅠ )

조그만 어촌 코히마르엔 헤밍웨이가 낚시를 즐겼다는 바다를 향해 그의 동상이 있고 조그만 성 같은 전망대가 있는데 올라가는데 1달러 달라 한다. 한국말을 하는 우리를 보고 웬 여성분들이 한국말로 인사한다. 35일간 중미와 크로아티아를 여행한다는 한국인 단체다.

헤밍웨이 이름을 들먹이며 레스토랑 주인이 와서 모히또 한 잔 하라고 꼬드긴다. 택시 기사와 셋이 아이스 하드를 사 먹고 식당에 가보니 이 마을과 상관없는 헤밍웨이 사진 몇 장이 벽에 붙어 있다. 카스트로와 헤밍웨이가 앉아 다이끼리를 먹었다는 가게 한쪽의 의자를 보여주며 사진을 찍으란다. 그 자리에서 보는 바다 풍경이 아름다웠다. 그와 함께 사진을 찍고 나니 돈을 달라고 … 90 프로 친절은 서비스료를 요구하는 줄 이미 알고 있음에도…. 헤밍웨이는 없지만 한 노인이 낚시를 하고 있어 가보니 통에는 세 마리 작은 물고기가 있다. 나에게 낚싯대를 주며 잡아 보라기에 미끼를 물듯 말 듯 맑은 물속에서 물고기가 춤을 춘다. 그리고 다시 노인이 낚싯대를 쥐고 잠시 뒤에 한 마리 낚았다. 몹시 좋아하셔서 사진 한 장 찍고.

거기서 다시 핑카 비히아로 갔다. 헤밍웨이가 살았던 고급 주택이 크고 아름답다. 집 안에 수영장, 테니스 코트장이 있고 그의 배Fliar가 전시되어 있다. 당시 시절을 생각하면 매우 부유하게 사셨네. 서재와 응접실 등에는 그가 사용하던 책상과 각종 기구들, 면도칼과 책장과 그림과 카스트로와 찍은 사진, 장식품 등이 고스란히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물론 내부는 입실 금지. 집을 사방으로 돌며 밖에서 보게끔 되어있다. 정원과 테라스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한창이고 수영장 앞에는 그가 사랑한 개들이 죽은 후에 만든 개 무덤 팻말이 있다. 집 앞에 우거진 오솔길도 좋다.

헤밍웨이의 서재


전날 갔던 암보스 문도스 호텔에는 사진 몇 점이 오래된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호텔이 오래되었으나 옛 건물의 아름다움 때문에 헤밍웨이를 찾는 관광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6층으로 가 멋진 아비나 시내와 말레콘, 멀리 모로성을 보며 모히또 한 잔!

헤밍웨이의 개(이름)과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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