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엔 날씨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있다. 연중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사막과 건기에 들어선 준사막지역이 그러한 곳이다. 그 중 어렵지 않게 가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인도의 라자스탄과 구자라트다. 이들은 모두 일년이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데 우기는 보통 6, 7, 8월이며 나머진 건기에 해당된다. 주로 건기인 겨울에만 와서 우기의 상황은 격어보지 않았으나 강의 폭이나 강안에 물이 흐른 흔적을 보며 강수량을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건기는 우기가 끝나는 8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계속되는데 대지가 타는 듯 말라버린 1, 2월에는 풀밭에 누워도 전혀 눅눅하지 않다.
이렇듯 깡마른 들판에 배곯은 초식동물들이 매일같이 드나들며 무엇으로 주린 배를 채우는지 참 궁금하다. 그래도 배설물들이 있는 것을 보면 그들 나름의 생존법이 있는 것이다. 나는 다른 목적으로 현장을 뒤지며 너무도 흔히 발견되는 목마른 초원의 흔적을 보며 먹히는 식물과 먹는 동물 사이의 심각한 생존전략과 쌍방간 지혜로운 변태와 진화에 관심을 갖게되었다.
소와 새
풀밭에서 마른 풀을 뜯는 소와 소등에 앉은 새를 만났다. 그들은 공존의 아름다운 질서를 상징한 전령처럼 보였다.
준사막 또는 건조한 지역에 서식하는 식물들은 몇가지 특성이 있다. 잎이 퇴화되고 가시만 무성한 선인장, 잎과 가시가 함께 있어 먹기에 불편한 풀과 나뭇잎, 가시는 없으나 먹기에 너무 질기거나 먹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키 작은 풀은 줄기와 잎은 물론 꽃에도 가공할 가시들이 돋아 부드러운 혀를 얼씬도 못하게 한다. 어떤 풀은 수액이 풍부하고 윤기는 있으나 독성이 있는 식물 등 생존을 위한 자구적 노력이 매우 지능적으로 느껴질 지경이다.
가시 신발
그렇다고 배고픈 짐승들은 눈 멀건히 뜨고 굶어 죽는가? 그들도 생존을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한다. 그 결과 발가락 없는 염소가 키보다 높은 가지의 나뭇잎을 따먹거나 기린의 기다란 목과 긴 혀는 더 높은 가지와 가지 사이의 잎들을 능숙하게 따먹을 수 있게 진화되었으며 낙타도 두툼하고 현란한 입질과 튼튼한 이빨로 사바나의 생존경쟁의 승자가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곳의 생명들에게 열대우림의 초목과 짐승들은 천국에 사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거기는 거기대로 또 다른 위험이 도사려 생존을 위한 투쟁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것이 곧 자연의 질서가 아닌가?
파르타푸르의 아홉개의 돌탑(Nine Stones in Partapur) Rajasthan India 2023
이 작업은 평화로운 세상을 기원하며 어느 곳이든 기회만 있으면 계속 반복하는 프로젝트다. 1천개를 목표하며 현재 150여개를 세계 각지에 설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