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호 교수의 노자 이야기, 노자사상과 초기 도교의 민중성(5)

4. 태평세상을 여는 두 가지 방법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12.13 07:35 | 최종 수정 2023.12.13 07:37 의견 0

경기대학교 교수

가. 태평도

그렇다면 초기 도교가 그리는 태평세상은 어떠했을까? 태평도와 천사도로 구분해서 살펴보자. 도교사에서는 태평도와 천사도가 거의 동시에 출현했다고 본다. 다만 태평도가 조금 시기적으로 앞선다고 본다. 태평도는 황로도를 신봉하는 거록 땅 사람 장각(?~184)이 동한 영제 때 창건하였다고 한다. 그들은 <태평경>을 신봉하였기 때문에 태평도라고 불렸다.

그들이 주신으로 신봉하는 신은 “중황태을中黃太乙”이다. 그들은 부수치병을 통해 전도를 하였는데, 그 방법은 병자를 무릎 꿇게 하고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부적을 태운 물을 마시게 하며, 주문을 외워 병을 낫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치병을 통한 전도로 10여년 만에 수십만의 신도를 모았다. 이들이 교단 조직은 군대의 조직과 같았다. 장각은 천공장군天公將軍, 두 동생인 장보는 지공장군地公將軍, 장량은 인공장군人公將軍으로 부르고, 36개 지역에 방方 조직을 두었다. 방 조직은 나라 중심에서 각 지역의 군에 이르는 거대한 연결체계를 갖춘 것이었다. 방 조직은 대방大方과 소방小方으로 나뉘는데, 대방은 그 인원이 1만명이 넘고, 소방은 6,7천명으로 구성되었다. 각 방은 거수渠帥에 의해 통솔되었다.

이러한 방 조직은 종교 교구이자 군사조직이었다. 이들은 한나라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이상 국가를 세우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그들은 거사를 앞두고 경성과 주, 군, 현의 관청 문에 흰 흙으로 “갑자”라는 글자를 써 두고 “창천은 이미 죽었다. 황천이 마땅히 서야 한다. 때는 갑자이나 천하가 트게 길하리라.(蒼天已死, 黃天當立, 歲在甲子, 天下大吉)”이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여기서 창천이 의미하는 것은 임금을 세우고 그에게 통치의 권력, 즉 군권을 주는 상제이자, 천신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상제로부터 군권을 받은 한나라 왕조를 직접적으로 지적한 말이다.

그리고 황천이 의미하는 것은 태평도가 신앙하던 신이다. 황로사상으로부터 만들어진 신으로, 통치자를 위한 신이 아니라 민중들의 신이다. 그렇다면 황천이 마땅히 서야 한다는 것은 황로도의 세상이 세워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때가 ‘갑자’라는 것은 60갑자에서 나온 말로, 갑자는 새로운 출발, 시간적으로 새 시대를 의미한다. 새 세상이 개벽되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제, 앞에서 언급한 중황태을의 의미와 결합해 보자. 먼저 태을은 북극성을 의미할 수도 있고, 太一을 의미할 수도 있다. 북극성이든 태일이든 모두 원기元氣 혹은 중화中和의 기를 의미한다. 이 원기, 중화의 기는 노자가 말한 도를 의미한다. 그리고 중황 역시 황로도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민중들의 삶을 도탄에 빠뜨린 한나라를 부정하면서 황로도의 세상을 구현하자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이봉호 교수의 노자 이야기, 노자사상과 초기 도교의 민중성(5)

태평도의 사유 중에 가장 흥미로운 것은 재물에 대한 사유이다. 재물이란 천지의 원기 혹은 중화의 기가 소유한 것이고, 사람들이 공동으로 경작해서 만든 것이기에, 그 소유는 모두의 것이라는 사유를 펼친다. 따라서 국가의 창고에 있는 재물이거나 부잣집의 창고에 있는 재물은 왕이나 부자만의 재산이 아니라는 생각을 주장한다. 이러한 생각은 재물이 부족한 사람은 누구라도 나라의 창고나 부잣집의 창고에서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태평경>의 내용을 조금 옮겨 보자.

“재물은 곧 천지와 중화가 소유하는 것으로써, 공동으로 사람을 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집은 단지 우연히 모아 둘 곳을 마련한 곳으로, 비유하자면 마치 창고 안의 쥐는 항상 혼자서 충분히 먹지만 이 큰 창고의 곡식은 본래 그 쥐 혼자만의 소유가 아닌 것과 같다. 나라 창고의 돈과 재물은 본래 오로지 한 사람만을 부양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자들 모두가 당연히 그곳에서 취하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무지해서 마침내 예로부터 홀로 그 재물을 당연히 자기가 소유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그것이 바로 만 호의 가정이 (재물을) 옮겨 맡겨둔 곳으로 모두 마땅히 여기에서 입고 먹는 것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태평도는 이상사회인 태평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군사적 조직의 종교집단이었다. 그들은 당시를 말세로 인식하고 개벽을 하려는 시도를 꾀했다. 또한 재물을 천지와 중화가 소유한 것이자,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을 통해 태평한 세상을 꿈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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