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동체라 불리는 교사, 학생, 학부모는 교육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주체다. 그래서 늘 공동체성을 강조해왔다. 교육이 잘 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협력이 절실하지만, 주체가 그 역할을 못하거나, 망각하거나 심지어는 틀어버리면 학교란 공간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안 좋은 쪽으로 막장 교사, 막장 학생, 막장 부모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다 피해를 주지만 가장 많은 피해를 주는 쪽은 누구일까? 바로 부모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교사가 막장이면 아이에게 악영향을 주고 학급이 박살나며, 학교를 흔든다. 그러나 가장 크게 작용하는 악영향은 아이다. 교사가 막장일 때 대응방법은 무엇인가? 일단 막장 교사가 존재할 가능성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다. 아이와 부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각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사를 근 30년 가까이 때리고 족쳤는데 대놓고 막장 짓할 교사는 씨가 말라간다고 봐야한다. 물론 존재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과대평가 되었고, 제어방법은 지금도 충분하다. 민원이란 강력한 무기 앞에 대놓고 막장짓 하는 교사는 드물다.
아이가 막장이면 학급을 박살내고 교사를 소진시킨다. 가장 크게 부딪치는 부분도 학급의 담임이고, 그 속의 친구들이다. 막장인 아이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막장인 아이가 끊임없이 존재하고 그 수와 수준이 더 높아지는 것은 유입되는 경로가 가정에서 기원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충분하지 않지만 학폭위, 교권보호위 등으로 다소 제어가 된다. 가장 강력한 것이 강제 전학이지만 충분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부모가 막장이면 학급 뿐아니라 교사를 고사시킬 수준으로 몰아가고 학교를 아예 붕괴시킬 수준까지 간다. 과거에도 이런 부모는 있었지만 요즘은 그 수가 더 많아지고 조직적이 되었다. 예전엔 힘깨나 쓴다는 부모는 학운위 등 학교 공조직안으로 들어와 세력을 규합하고 부모의 요구를 전달하는 방식을 썼다. 그러나 지금은 맘카페, SNS, 국민신문고, 언론 등 조직적이고 무차별한 방법으로 학교와 교사에게 압박을 한다. 민원과 요구, 해명과 사과등의 요구가 학교마다 넘쳐난다. 그런데 부모가 막장이면 교사와 아이와 달리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학교에서 힘의 역학관계가 붕괴된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면 더 이상 공교육으로 학교는 존재가치가 없어진다.
서평에 앞서 사설이 너무 길었다.
김현수 박사님이 쓴 괴물 부모의 탄생은 서이초 사태로 세상에 드러난 괴물 부모의 실태에 대한 가장 현실성 있는 책이다. 현재 존재하는 괴물 부모의 모습과 괴물 부모가 되는과정 그리고 사회적 해결 방법까지 김현수 박사 특유의 예리한 통찰이 돋보이는 책이다.
목차에 그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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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세계를 부수는 욕망, 세계를 돌보는 욕망
1부. 괴물 부모의 현상학
1. 괴물 부모의 탄생과 기원
2. 괴물 부모들이 주장하는 것
3. 괴물 부모의 특징
4. 괴물 부모 자녀들의 특징
5. 괴물 부모의 출현에 대한 사회 심리적 분석
6. 괴물 부모의 인지와 신념
2부. 독이 든 사랑, 괴물 부모가 되는 이유
1. 자기 증오와 자기 연민
2. 병적 자기애와 유아적 전능감
3. 과도한 불안, 트라우마, ‘컬링 부모’
4. 부모와 자녀의 일체화, 공생
5. 탈락과 배제에 대한 두려움과 피해 의식
6. 희생의 대가와 조건부 사랑
7. 책임 전가 대상 찾기
3부. 괴물 부모 현상의 사회적 해결을 위한 제언
1. 제언에 앞서: 괴물 부모의 탄생 과정
2. 사회의 괴물화 및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들
3. 사회적 해결을 위한 몇 가지 제언
에필로그. 괴물 부모의 우상으로부터 탈출한 아이들과 그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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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인상적인 구절 몇 개를 인용해본다.
괴물 부모의 사고방식에 나타난 일곱가지
1. 내 아이는 항상 옳다. 그래서 내 아이 말을 믿는다.
2. 소중한 내 아이를 다른 사람들이 혼내거나 함부로 할 수 없다.
3. 학교에서 내 아이는 1등 혹은 잘하는 아이여야 한다.
4. 교사는 내 아이를 잘 돌봐야 하나.
5. 내 아이가 잘못했다면 그건 학교나 교사, 혹은 다른 아이들이 무언가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6. 교사는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아니면 교장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7. 학교란 조직은 권력이다. 돈을 사용해야만 정의를 되찾을 수 있다.
- 27쪽.
괴물 부모를 둔 어린이의 특징
1. 스스로 자신을 돌보지 못함
2. 낮은 감정 지수
3. 대인 관계 능력 부족
4. 낮은 스트레스 회복력
5. 강한 충동성
6. 즉각적인 만족감 추구
7. 심각한 부모 의존성
8. 책임감 부족
괴물 부모와 아이의 세가지 길
1. 업압과 통제에서 이룬 가짜 성공과 성취속에서 불안정하게 살아가는 ‘의존인생’
2. 부모가 주는 경제적 혜택은 누리지만, 반항적이고 일탈한 상태로 불안정하게 사는 ‘일탈인생’
3. 괴물 부모로부터 탈출하여 새로운 어른들과 함께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해가는 ‘탈출인생’
46-48쪽
난 괴물 부모를 많이 만났다.
특히 학운위 교사위원으로 10년을 넘게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난 괴물 부모의 아이도 많이 만났다.
그래서 괴물 부모의 아이가 어떤 길을 가는지도 잘 알고 있다. 거의 대부분 의존인생이나 일탈인생에 멈춘다. 그걸 죽을 때까지 반복할 가능성도 높다. 차쌤을 만나 가끔 탈출인생을 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 부모와 차쌤은 극렬하게 싸웠다.
그럼 요즘도 차쌤은 괴물 부모와 싸우는가?
싸울 일이 없다.
괴물 부모가 자세를 낮추고 조언이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대답해주지 않는다. 물론 괴물 부모가 그런 일은 없다. 대신 교실문턱을 낮추고 언제든지 오라고 이야기하고 문제 상황이 있음은 알려준다.
요즘은 괴물 부모들이 더 진화해서 시시하게 교사를 대적하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교장, 교감을 흔들고, 교육청을 흔드는 것이 더 유리하단 사실을 학습한다. 학습장소 역시 온라인이고 그 전파속도는 굉장하다.
요즘의 괴물 부모는 혼자 행동하지 않는다. 그들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그것을 전파한다. 동조하는 다른 괴물 부모와 교육이란 이름으로 동맹을 맺고 불안해 하는 예비 괴물 부모를 포섭한다. 욕망과 불안 덩어리가 커져서 괴물 집단이 된 그들은 무엇을 잘못하는지도 모른체 드디어 학교 공조직인 학부모회나 학운위도 장악한다.
그나마 노련한 교장이나 교감이 이걸 조율 할 수 있으면 그나마 낫다. 학교에서 가장 권위있는 권력인 교장, 교감이 이것을 조절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원과 원성을 교육적 발언이라 여겨 다시 학교 구성원들에게 투사한다면 그 학교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괴물 학부모는 상상의 영역이 아닌 지금 실존하는 현실의 영역이다.
대마왕 차쌤 같은 교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학교라도 괴물 부모 하나를 이기지 못한다. 대신 최대한 유예시킬 뿐이다. 이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