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닭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음식물 찌꺼기 처리 때문이었다. 아파트처럼 음식물 처리기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둘이 먹고 남는 하루 한주먹 정도의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였다. 주변에 물어보니 꼭 짜서 비닐봉지에 넣어서 내놓으면 청소차가 가져간다고 하고 적으면 땅에 묻으라고 하는데 집 주변의 땅은 흙보다 돌이 많은 땅이라 매일매일 땅 파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아내가 <가이아의 정원>에서 닭이 자원 순환의 끝판왕이라는 이야기를 읽었다고 했다. 웬만한 것들은 다 닭이 먹을 수 있고, 또한 닭의 배설물들이 땅을 비옥하게 하며 이동식 닭장은 트랙터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그렇다 해도 어찌 닭을 키울 수 있어? 생각은 그냥 생각일 뿐이야.
어느 날 이정철 선생님 밭에 뽕잎을 따러 갔다. 뽕잎의 재발견이라고나 할까. 생전 처음 먹어보는 뽕잎 무침에 아내는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더 큰 문제는 밭 한쪽에 있는 닭장에서 생겼다. 닭장에서 알을 품고 있는 근엄한 닭, 작지만 새파란 청계알, 닭장을 빠져나와 유유히 밭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주워 먹는 경쾌한 닭의 걸음걸음이 너무나 예쁜 모습으로 다가온 것이다.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닭을 키우자는 결심이 서자마자 닭장을 제작하는 일은 이정철 선생님이 했다. 목재와 망을 사고 자르고 붙이고 반조립 상태로 제작된 것들을 가지고 땅을 파고 망치로 치고 해서 닭장을 세웠다. 만들고 보니 좀 작은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그래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뿌듯한 마음에 재를 뿌린 것은 동네 사람들이었다. 이게 닭장여 새장여? 닭장이 이렇게 약하면 어느 짐승들이 물어갈지 모른다느니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한 마디씩 한다. 도시 같으면 남이 무슨 일을 하든지 상관도 않을텐데, 지나가는 사람마다 시비하듯 한마디씩 말을 보태는 걸 보니 이게 시골살이구나 하는 현타가 온다.
아무튼 남이야 뭐라든 우리는 뿌듯했고, 빈 닭장에 왕겨까지 뿌려주고 우리는 행복해했다. 6월 7일 홍성에 닭을 사러 갔다. 퇴직하고 취미생활로 닭과 꿩을 키우는 선생님이 홍성에 계셨기 때문이다.(글 전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