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는 넷플릭스를 위시한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고퀄리티의 콘텐츠와 유튜브를 위시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로 양분되어 있다. 이런 현실에서 크리에이터는 콘텐츠로 가치를 창출하기를 고민한다. 영상 콘텐츠는 시청률과 화제성과 조회수로 성공 여부가 판명난다. 10년 전에는 없던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령 유튜브는 "완벽한 콘텐츠보다 빈 공간이 있는 콘텐츠"가 잘 되는 공간이다. 댓글을 달 이유를 만들어주는, "시청자가 아는 척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대중은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소비한다. 안방에서 TV를 보는 사람만을 위해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다. 인간은 자투리 시간이라도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소비한다. 이제 콘텐츠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유튜브 풀랫폼은 오래 ‘다듬어서’ 잘 만드는 방식보다는 타이밍에 맞게 빨리 내놓는 게 중요한 시장”이다.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장수연, 터틀넥프레스)은 “세상에 없는 트렌드를 만들고, 기존 문법을 깨뜨리고, 그 시도를 멋지게 증명하는 콘텐츠를,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프레임 바깥에 있던 사람들을 눈앞에 데려오고,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나의 주변을 관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하고, 우리의 삶이 소중하고 유한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콘텐츠를 만든 이들로부터 기획과 제작의 노하우를 들어보는 책이다.

이 책은 팟캐스트로 출발했다. 2020년 첫 녹음을 시작해서 40명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그 중 10명의 이야기만 책에 담았다. 책이 2023년 여름에 나왔으니 3년 동안 진행된 책이다. 그 3년 사이에 유행이 많이 바뀌었다. 이미 철 지난 이야기가 된 것도 있었을 것이다. 그걸 모두 덜어내고 지금에도 가치가 있는 증언만을 담았다. 웹콘텐츠는 꼭 필요한 이야기만 담아서 짧게 만들어도 된다. 6분이든 8분이든 그게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책도 그래야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크리에이터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영상물에 국한한다 해도 콘텐츠의 형태와 장르는 셀 수 없이 다양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직업이 PD인 것만도 아니며, PD가 되는 방법이 방송국에 입사하는 길만 있지 않다.” 지금은 누구나 PD가 될 수 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뛰어들어 하루아침에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메신저가 되어 즐거운 인생을 구가하는 유튜버들을 보라! 이 책은 콘텐츠 기획자들에게는 많은 영감을 줄 것 같다. 그리고 콘텐츠를 만들거나 소비하는 주체들의 삶에 대한 이해도 넓힐 수 있다.

“직업 혹은 직장에 대한 생각이 제일 많이 변한 세대가 MZ세대라 생각했어요. 제 주변의 후배들을 봐도 이직이나 퇴사를 대하는 감각이 참 다르거든요. 가볍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무거운 이유들이 있어요. 항상 ‘다음 스탭’을 생각하고 있는 세대에요.”

“청춘과 불안은 본디 한몸이다. 더구나 지금은 저성장시대인 동시에 격변의 시대, 많은 청춘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존재하지 않던 회사에서 존재한 적 없던 직업으로 현대를 살아간다. 이들이 체감할 불안의 강도를 감히 짐작할 수 없다. 회식으로 팀워크를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리더가 이들 눈에 어떻게 바쳤을까? 한가하다 못해 순진해 보이지 않았을까?”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 생존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걸 청춘들이 가장 잘 안다. 이 일이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일인지 끊임없이 확인받길 원한다. 누구에게? 리더에게. 이상준PD는 이걸 ‘일의 생명력’이라고 표현했다. 서른네 살 젊은 팀장의 강점은 아마 이 지점일 것이다. 동료들의 불안과 갈증을 함께 느끼고 이해한다는 것”

직원 노릇하기가 힘들겠지만 회사 대표 노릇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나에게 최선을 다 한다고 모든 일이 잘 굴러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결정권을 넘겨주고 마음껏 실수를 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사람들을 묶어둘 수 없다. 새로운 비전을 창출해내지 못하면 하나둘 떠나게 마련이다. 결국 나 혼자만 남을 수 있다. 어제 플랫폼 전문가와 세 시간 동안 토론했다. 우리는 바라보는 세상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