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려면 이렇게 해라! –안오일 「초록, 그 가장 뜨거운 색깔에 대하여」

초록, 그 가장 뜨거운 색깔에 대하여

안오일

감 이파리 하나

거대한 빛기둥을 찌른다

꿈쩍 안 하신다

아니다 저 빛은

감 이파리를

초록 화석으로 만든 것이다

빛의 속살인가

감 이파리의 속살인가

- 『화려한 반란』(삶창)에서

감 이파리와 뙤약볕의 대결입니다. 인상적인 것은 대결이라고 할 만한 그 장면이 오히려 서로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사랑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인상적 느낌을 “초록, 그 가장 뜨거운 색깔”이라고 합니다.

먼저 감 이파리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마당에 뙤약볕이 가득합니다. 그야말로 세상은 “거대한 빛기둥”입니다. 그 빛기둥 속에 감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감 이파리 하나가 그 빛기둥을 꼼짝 않고 다 받아내고 있습니다. 거대한 빛기둥이 열사(熱死)시키는 성질이 있고 그게 감나무 이파리와의 관계라면 분명 그 관계는 대결이고 일방적입니다. 그런데 감 이파리는 극초록의 빛깔입니다. 오히려 초록불로 타오르는 듯한 것입니다. 그래서 일방적이라고만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감 이파리가 최고의 상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동도 없는, 그야말로 어떤 절정! 그래서 그때의 상태를 차라리 “감 이파리 하나/ 거대한 빛기둥을 찌른다”고 합니다. 오히려 감 이파리의 집중이 거대한 빛기둥을 붙잡고 있는, 비유컨대 빛기둥을 감 이파리라는 침이 고정시켜 놓은 것과 같은 상태입니다. 그런 까닭으로 “꿈쩍 안 하신다”고 경의를 표하여 말합니다. 그러니 대결인 것 같은데 대결이 아니고, 일방적인 것 같은데 일방적이지 않은 어떤 관계입니다. 그럴수록 감 이파리의 초록은 극단의 빛깔을 낼 것입니다.

이 상태를 빛의 입장에서 보면 또 다릅니다.

감 이파리의 입장에서는 빛기둥을 꼼짝 못 하게 붙잡은 것이지만, 뙤약볕의 입장에서는 “감 이파리를/ 초록 화석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러면 죽어야 하는데 초록빛이 납니다. 그러니 이 관계를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말로는 서로가 서로를 제압한 상태인데 “초록, 그 가장 뜨거운 색깔”로 찬란합니다. 그래서 둘의 관계는 대결을 넘어서는 사랑입니다.

그래서 다음처럼 말합니다.

“빛의 속살인가/ 감 이파리의 속살인가”.

서로 최대의 생명력으로 호응하는 관계일 때 관계의 빛깔, “초록, 그 가장 뜨거운 색깔”이 됩니다. 이것은 여름 햇살이 만든 일방적인 관계도 또 감 이파리의 생명력이 만든 일방적 관계도 아닙니다. 초록과 빛이 최대의 힘으로 삶을 사랑하는 것, 그래서 초록 향연(饗宴)입니다. -너의 생명을 최대로 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