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시인 별세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만세!

하재일 승인 2022.05.08 19:08 의견 0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의 유명 작품을 남긴 김지하 시인이 8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김 시인은 최근 1년여 동안 투병생활을 한 끝에 이날 오후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타계했다고 토지문화재단 관계자가 전했다.

1970년에 사회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담시 '오적(五賊)'을 발표하고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같은 해 희곡 '나폴레옹 꼬냑', '구리 이순신'을 집필했고, 대표적인 평론인 '풍자냐 자살이냐'(1970)를 발표했다. 12월에는 첫 시집 '황토'를 간행했다. 1972년 4월 권력의 횡포와 민심의 방향을 그린 담시 '비어(蜚語)'를 발표해서 다시 반공법 위반으로 입건된 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을 언도받기도 했다. 그의 시는 대부분 사회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으로 이뤄져 있다.

1941년 목포에서 출생한 시인은 1954년 원주로 이사하면서 소년기를 보냈다. 1959년 서울 중동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 미학과에서 수학했다. 1993년 서강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6년 제주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명지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국대학교, 원광대학교에서 석좌교수로 강의했고, 현재 건국대학교 대학원 석좌교수다.

1963년 3월 '목포문학'에 김지하(金之夏)라는 이름으로 '저녁 이야기'라는 시를 발표한 이후, 1969년 11월 '시인'지에 '황톳길', '비', '녹두꽃' 등의 시를 발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등단했다.

첫 시집인 '황토'나 '타는 목마름으로' 등에서는 사회 현실에 대한 시인 자신의 울분이 서정적으로 그려졌음에 비해, 담시인 '오적', '비어' 등은 판소리 가락을 도입하고 난해한 한문을 차용해 권력층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다. 시인은 생명에 대한 중시, 환경에 대한 관심 등을 강조하며 생명운동과 환경운동을 펼쳤다.

지난 2019년 11월 25일 부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향년 73세로 별세했다. 고인의 빈소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

● '밥은 하늘입니다'/ 김지하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서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몸 속에 모시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아아 밥은
모두 서로 나눠 먹는 것.

김지하 시인(1941~2022)

저작권자 ⓒ 중앙교육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