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의 소금/ 하재일

어느 별에서 적막을 끌고 유목민들이 빛으로 왔을까

하재일 승인 2022.05.06 14:18 의견 0

어느 中世를 지나온
나그네의 깡마른 지팡이일까
태양이 눈길을 얼마나 주느냐에
영원히 살 수도
홀로 죽을 수도

한결같은 기도가 필요했을까

처음 시작할 땐
달가닥거리며 요란했고

채울수록 깊고 단단해지고
서서히 어둠속에서
아궁이가 푸르게 밝아왔지

서로에게 무거운 자물쇠처럼

어느 별에서 적막을 끌고
유목민들이 빛으로 왔을까

함께 있으면서
다른 곳을 보기도 했고,
오래 기다려도
아무런 미련이 없었으니

지금은 은유와 환유의 시간

그렇게 매일 보는
거룩한 침묵이었을까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 날에도
돌아서면 또 배가 고픈,
굶주린 영혼처럼

사랑도 꾸준해야 번질 일 있으리

화덕에서 갓 구워낸
악센트 부푼, 둥근 빵이었을까

너도 결국 길 없는 섬이었니?

순간, 유년의 성냥불에 놀란
염소 한 마리 잠에서 깨어,
불꽃 속에서 갈기를 세우며 웃네

벽이 높아 갈수록 몸은 마르는데

시칠리아의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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