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영(신일중학교 진로진학교사)

고등학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떤 절차로 들어가는 것일까? 의외로 중학교 1, 2학년생이나 학부모님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에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그래야 다음에라도 무려 한 나라를 이끌겠다는 사람이 과고, 예고, 특성화고도 모르는 무지함을 예방할 수 있지 않겠나. 대상은 내가 있는 경기도 지역과 서울 지역, 즉 수도권 학교의 경우이다. 전국 단위의 적용은 이 두 곳을 기본으로 약간씩 변형하면 된다.

우선 고등학교의 종류를 알아보고, 모집 방법을 알아보자. 아이들과 상담을 할 때는 이런 개념의 분류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정리하는 효과를 얻기도 한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고등학교는 일반고이다. 신도시나 택지 조성 지역에는 아무래도 공립학교가 많고 서울의 경우는 사립학교가 많다(약 80%). 중등교육에서는 국공립이나 사립 모두 대부분 국가 예산으로 운영이 되기에 학교의 교육과정과 분위기는 대동소이하다. 다만 평준화 지역에서는 학교 운영의 특성에 따라 사립학교의 인기가 높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등교 시간을 수능에 맞춰 일찍 오게 한다던가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다음으로 취업이 우선인 특성화고가 있다. 예전에 상업고, 공업고, 농업고로 불리던 학교이다. 비즈니스, 컨벤션 등이 붙으면 예전에 상업고였던 학교이다. 교육과정은 취업을 위한 기술 교육이 중심인데 요즘은 대학 진학을 노리고 가는 학생도 많이 있다. 특성화고를 특화해서 기술 명장(名匠)을 키우겠다고 만든 학교가 마이스터고이다. 입학이 조금 어렵지만 졸업 후 좋은 직장에 취업이 가능하다. 학비, 기숙사비 등을 모두 지원받기에 졸업하면 일단 취업을 해야 한다.

특목고의 완전한 이름은 ‘특수목적고’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한 학교이다. 외국어고, 과학고, 예고, 체고가 여기에 해당한다. 과학고는 일부 영재고 이름으로도 쓰이기에 혼란을 준다. 영재고는 영재교육 진흥법으로 만들어진 별도의 학교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의 경기과학고는 수원에 있는 영재고이다. 의정부에 있는 경기북과학고가 특수목적고의 과학고이다. 명칭을 조정해서 혼선을 줄여주면 좋겠다. 그냥 경기영재고로. 이름이 주는 위화감이 벌써 강한 거부감을 일으킨다. 그래서 애매함 속에 은닉하는 전략을 취한 듯싶다.

그다음은 자율형 학교가 있다. 교육 과정 및 학생 선발 등에서 자율성을 갖는 학교인데 자율형 공립고(줄여서 자공고)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로 나눈다. 이 학교들은 교육 과정 내에서 일정 과목을 높은 비율로 가르칠 수 있다. 내가 교장이라면 무슨 과목을 많이 가르치고 싶을까? 당연히 입시에 유리한 과목들일 것이다. 그럼 그런 과목들을 듣고자 어떤 애들이 모일까? 역시 치열한 경쟁을 감수한 우수 학생들일 것이다. 그렇기에 성과는? 당연히 높다. 이 선순환 구조 속에 좋은 아이들을 유치하고 대학에 잘 보낸다. 용인외대부고, 민족사관학교, 상산고, 북일고 등이 대표적 자사고이고, 서울의 자공고는 2021년 일반고 전환으로 사라졌지만 경기도는 아직 남아있다.

그밖에 국제적 안목과 전문 지식을 갖춘, 국제화 시대를 선도할 인재를 양성할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고등학교가 있다. 고양, 대구, 동탄, 부산, 서울, 세종, 인천, 청심국제고로 전국에 8개가 있다. 학교 설립 목적이 외국어고랑 겹치는 지점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선발 방식도 외국어고랑 데칼코마니이다. 외국어고와 함께 문과를 지향하는 학생들의 마지막 피난처이다.

자, 여기까지 살펴보았으니 이제는 전형 방법이다. 우선 뽑는 시기가 전기와 후기로 나뉜다. 전기 고등학교는 ‘과마예체특성화’고이다(과학고, 마이스터고, 예술고, 체육고, 특성화고). 10월부터 12월 초까지 접수하는 이 학교는 반드시 1개 학교만 원서를 내야하고, 합격하면 후기 고등학교는 지원이 불가능하다. 물론 불합격하면 후기고 또는 전기고 추가모집에 지원이 가능하다. 다음 후기 고등학교는 일반고, 외고, 국제고, 자사고, 자공고가 있다. 일반고는 경기도의 경우 대도시 중심의 평준화 지역과 그밖에 비평준화 지역으로 나뉜다. 서울은 모두 평준화이다. 평준화는 이른바 ‘뺑뺑이’라고 불리는 무작위 추첨이다. 여기에 학생이 지망하는 순으로 추첨 우위 비중이 있어 1지망에 지원하는 학교가 배정될 확률이 가장 높다. 경기도는 고양시의 경우 2단계 지원으로 1단계에서 시 전체 학교 중 5개를, 2단계에서 일산서구, 동구학교 16개를 지원할 수 있다. 서울 역시 2단계인데 각 단계별로 두 학교씩 지원할 수 있다. 가장 확률이 높은 지원 방식은 각 단계마다 1지망에 본인이 원하는 학교를 입력하는 것이다. 비평준화는 김포, 파주, 용인 등의 지역인데 대학교처럼 고등학교도 선호 학교가 서열화 되어있어 중학교 성적을 토대로 지원하며 떨어지면 추가 모집이나 재수를 해야 할 상황까지 겪을 수 있다. 따라서 부담이 큰 지역이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 등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치르는 학교들은 어떻게 써야 할까? 바로 일반고 1지망 난에 쓴다. 저 학교들을 지원하는 학생은 만일 불합격이 된다면 일반고 2지망 학교부터 추첨이 들어간다. 따라서 그곳에 경합고(인기가 있어 아이들이 정원보다 많이 쓰는 학교)를 쓰면 계속 후순위로 밀려나 최종 지망학교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2지망을 내신 관리가 다소 어려운 일반고(저 학교들에 떨어진 아이들이 몰리는)에 지망한다. 그 일반고는 역시 다른 아이들의 부담 때문에 1지망에 정원을 다 못 채우는 경우가 많아서 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일반고 지망 학생과 ‘외·국·자’고등학교 지망 학생의 욕망은 절묘하게 균형점을 찾는다.

우리 사회의 모든 입시는 제도들이 만들어내는 길에 다양한 나무가 심어지고 샛길이 만들어지며 꽃이 피어난다. 놀라운 생태계가 형성되는 역사를 거친다. 사회적 진화의 광경이다. 일례로 경쟁률을 따져보자. 전기고와 후기고 중 어디가 높을까? 당연히 한 번 더 기회가 있는 전기고 입학이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는 인기에 비해 일반고 1지망을 희생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2대 1을 못 넘거나 다소 상회하는 낮은 경쟁률을 보인다. 다음, 2단계로 지망하는 일반고의 경우 배정 확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기도의 경우 1단계에 5개 학교를 쓸 때, 1지망에 자신이 가고 싶은 학교를 썼다가 안 돼서 다음 지망으로 밀려나 차선책의 학교가 되는 게 싫으면 아예 2지망부터 5지망까지 경합교를 써서 다 떨어지고, 다시 2단계 1지망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다. 물론 절대적인 전략은 아니다.

영재고나 과고는 수학·과학에 특화된 아이들이 지원한다. 이르면 초등학교 3~4학년부터 준비하는 학생이 즐비하다. 교육청 또는 대학의 영재교육원을 다닌 초등학생들이 많이 희망한다. 영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철학에서 비롯된 과정이다. 나는 전국에 8개가 있는 영재고와 20개가 있는 과학고에서 쏟아져 나오는 과학 인재들이 결국엔 의대로 몰리는 현상 앞에서 대한민국의 영재성에는 세속의 처세가 포함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설령 그 학생들 중 상당수가 영재라고 한들 그들에게 자유롭고 즐거운 연구 분야를 안겨주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은 개탄할 일이다. 애들이 무슨 죄인가! 영재고는 전국 단위 지원이 가능하지만 과학고는 해당 지역 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점도 차이가 있다. 더하여, 취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특성화고에서 대학 진학에 뜻이 있는 학생들은 오히려 선생님들의 관심과 돌봄 속에서 일반고에서 받을 성적보다 다소 유리한 점수로 대학에 합격하는 상황이 나타난다. 생태계의 다양성에서 나타나는 진화의 또 다른 예이다.

정신없이 나열해서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원서를 쓰다 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더 어려운 건 저런 다양한 고등학교 중에 자신에게 어울리는 학교가 어디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그 자체가 진로 선택의 과정이기도 하다. 완벽하진 않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위와 같은 고입 제도로 아이들의 다양한 특성을 최대한 담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여기엔 교육청 관계자와 수많은 선생님들의 노고가 쉴 새 없이 작용한다. 일면 집단 지성이라 불러도 좋다. 그렇기에 있는 제도조차 모르면서 무엇을 개선하고 어떻게 나라를 꾸려간다는 건지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사람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 글을 마치며 다시는 그런 말을 듣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진심으로 해 본다. 정령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