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호

떨어지고 묻혀서 기꺼이 죽겠습니다

온전한 죽음으로 껍질을 벗겠습니다

한때 저 먼 하늘을 떠돌아다니며

내 죽을 자리를 찾아 헤매었지요

한곳에 머무르지 못한 슬픔도 있었지만

한 세상 다시 살아볼 희망을 보았습니다

막막한 땅에서 한 줌의 물과 볕과 바람

인연을 만나 새롭게 태어나길 빌었습니다

사랑하던 사람들이 먼 앞날을 위해

땅속에 숨겨둔 아스라한 별빛을 만났습니다

힘으로 누를 수 없고 맷돌로도 갈 수 없는

오직 죽음으로써 다시 살아나는

개벽의 새벽 첫울음으로 거듭 깨어나

봄날 그대 앞에 환희의 꽃으로 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