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교육의 공간을 교실과 학교에 한정시킬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교장의 역할도 학교라는 공간과 학교 내 리더십 차원을 넘어서 교육 거버넌스 운영을 위한 사회적 자본의 축적과 네트워크 역량 발휘 등에 대한 문제로 확대되어야 한다. 교육생태계의 관점에서 보면 학교를 더 이상 독립된 하나의 단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학교를 교육 통치의 한 단위를 넘어 교장을 포함하여 학교 전체 구성원의 협치, 학교 울타리를 넘나드는 지역사회의 인사와 자원의 교류와 교환, 같은 지역 내의 다른 학교들과 협력과 같은 횡적 연결과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지역교육청의 종적 연결과 같은 큰 흐름 속에 이루어지는 거버넌스를 학교 차원에서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좀 더 설명하자면 이렇다. 교육 거버넌스는 다자의 교육 주체들의 참여와 네크워크 구조에서의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것을 상정한다. 이는 교육 활동이 전개되는 다양한 장면에서 누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무슨 과정을 거쳐 교육(기관)을 통제하는지 의사결정을 내리고 정책을 개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자원을 교환하고 공유하는 단계의 민관협력 체제를 넘어서 권력과 책임을 공유하는 단계가 교육 거버넌스 체제이다. 학교 거버넌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교육 기능을 교장 또는 교원 집단이 주도하되 독점해서는 안 된다.

학교 거버넌스는 이미 1996년 학교운영위원회가 법제화된 이후 도입되었다. 벌써 30년 전 일이다. 또 2009년부터 혁신학교 정책이 전국적으로 추진되면서 모든 교육청이 학교의 자율경영체제와 권한위임체제의 확대, 대외협력과 참여 확대를 학교운영과 학교혁신의 중심축으로 선언하여 학교 거버넌스의 정책적 토대가 구비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민원의 홍수 또는 폭주 때문에서라도 학교를 더 이상 폐쇄구조로 이끌어 갈 수 없다. 민원은 행정이나 학생지도에 대한 불만과 시정 요구를 넘어서 교육의 근본정신과 방법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교장은 외부와의 개방과 협력보다는 여전히 학교경영 권한을 단독으로 행사하려고 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이제 정책이나 학문의 변화와 학부모의 현실적 요구 때문에서라도 교문을 걸어놓고 교육자들끼리 교육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와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교장의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교장은 첫째, 교육문제를 쟁점화시키기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의 이해당사자들이 네트워크에 참여하도록 하는 활성화 기술(activation skills)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이는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지도록 홍보하고 유인체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둘째, 이해당사자들이 네트워크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네트워크 안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잡음과 갈등을 조정하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기술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학교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인사와 자원이 많을수록 네트워크 참여자들 사이의 상호의존에 필요한 공조행위를 유지하기 위한 조정기술이 필요하다.

학교 거버넌스와 지역사회 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단순한 경험의 집적集積을 넘어서 높은 공동체성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장은 첫째, 학교교육의 미래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목적과 정체성의 문제로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는 학교 거버넌스는 불가능하다. 둘째, 학교 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주도할 주체를 조직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학교 거버넌스를 위한 자원 분배와 구체적인 공간과 시설 및 인프라 구축의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의 파고는 무섭게 몰아치는데 키를 잡은 교장들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안팎에서 쏟아지는 아우성에서 교육적인 것과 비교육적인 것들 가려내고, 와중의 소란과 불만 속에서도 교장은 함께 하는 교사들과 학부모들에게 분명한 교육적 소신과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교육은 교육부가 아니라 교실과 학교에서 시작된다. 교실에서 시작되는 교육을 위해서 교장은 학교 안팎의 지혜와 자원을 동원하고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의 문을 열고 학교 안팎의 넘나들며 교육의 영토를 확장해 나가는 용감한 교장 선생님들을 지지하고 응원한다.(전종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