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호
가진 것들은 언제나
입에 거룩한 말씀을 달고
권귀權鬼나 외세를 가리지 않고
더 힘 있는 것들에 붙어
창끝은 위태로웠으나
사는 일은 늘 바람만바람만
정말로 위태로운 것은
새끼들 주린 배였고
죄 없는 눈망울이었으니
여기와 고개를 처박고
죽는 건 하나도 억울하지 않으나
남은 처자식 간당간당한 목숨 끝을
어쩌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고
황톳물 수건에 징과 대창으로
양총을 제압할 수는 없으나
탐학과 폭정을 이기고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마음이야
무엇으로 누를 수 있으랴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전투에 앞서
미리 묘비에 이름을 새기고
무르팍을 밀어도 갈 수 있고
주먹만 내질러도 넘을 것 같은디*
끝내 넘지 못하고 흩어지는 것이
삭혀도 녹지 않는 원통함이라네
출처 다음 이미지
* 동학 농민군은 금방이라도 우금티를 넘어 한양으로 진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 좌절되는 것을 처절한 아쉬움으로
이렇게 표현했다고 전해진다.
(정선원 외. 공주와 동학농민혁명, 모시는사람들, 2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