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민(경남 창남초등학교 교사)
6학년을 일년동안 지도하면서 여러 전환점을 만난다. 전환점이란 가르치는 차쌤을 믿고 따르는 시점을 말한다. 아무리 대마왕이 위대한 선생이라고 자랑질을 하고 알려줘도 의심병이 많은 아이들은 따르지 않는다. 그럴 땐 충격적인 수업이 필요하다.
‘설마 선생님이 이런 수업을~’
그것이 바로 욕 특집 수업이다. 단 조건이 있다. 매우 충격적인 수업이기 때문에 3학년 이하는 쓰지 않는다. 6학년이 딱 좋다.
왜 좋은가? 욕을 알만큼 알고 쓸 만큼 쓴다. 욕이 생활화 되어 있다. 특히 올해는 학기초 욕을 타령처럼 쓰는 아이들을 많았다. 코로나로 기본 학습태도는 잘 잡히지 않았어도, 욕은 충분히 충전하고 있었다.
이유는 무엇인가? 욕은 아이들의 생활이다. 좋든 싫든 내면화 되어있다. 자신을 표현하고, 보호하며 심지어는 개성있는 언어생활이라고 여긴다. 종기는 충분히 곪아야 터트릴 때 효과있다.
창남초 6학년 아이들은 6월에 욕특집 수업을 했다. 지금부터 차쌤의 욕특집 수업 과정을 공개한다.
교사들이 따라하라고 권하진 않는다. 대신 이 고비를 넘기고 교사의 주도권과 권위를 찾아오지 않으면 1년의 학급 경영이 쉽지 않다.
1. 아이들이 알고 있는 모든 욕을 칠판에 적게 한다.
포스트 잇을 이용해 칠판에 붙인다. 용지는 충분히 공급하고 알고 있는 욕을 다 써서 붙인다. 이러면 실제 사용하는 욕과 관찰, 관념으로 파악한 욕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한다.
2. 중복된 욕은 정리한다.
아이가 알고 있는 욕을 모두 적게해서 칠판에 붙이면 아이들도 놀랜다. 그 중 중복되는 욕을 정리하면 올해 아이들이 주로 많이 쓰는 욕도 알게 되고, 정리에도 도움이 된다.
3. 욕의 사전적 의미를 정확히 알려준다.
네이버 국어사전을 켜고 TV로 송출한 상태에서 욕의 뜻을 찾는다. 좆,씹,씨발 등의 표현을 직접 찾고 남녀 성기의 정확한 명칭도 크게 읽어준다. 이때 충격을 받는다. 인디스쿨 등에 이것이 정리된 자료들이 있지만 대마왕은 안 쓴다. 사전 펴 놓고 즉시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아이들이 쓰는 욕을 더 적나라하게 풀어주면 더 좋다.
4. 욕을 분류한다.
정리된 욕을 신체비하, 성적비하, 부모비하, 혐오와 증오로 분류한다.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심한 욕이란 걸 알려준다. 보통 성적 비하와 부모비하에서 더 충격을 받는다.
3과 4의 과정은 동시에 시행한다.
5. 욕을 쓰는 것은 무식의 상징이란 것을 알린다.
주로 가장 약한 욕인 [존나]로 설명한다. 긍정적이고 좋은 감정도 존나로 표현하고, 부정적이고 나쁜 감정도 존나로 표현 할 수 있다. 존나는 마법의 욕설이자 단어다. 이걸 쓰면 쓸수록 좋은 단어는 익힐 필요가 없다. 그러면서 무식해진다. 무식해지면 뭐가 손해인가? 자기는 무식한데 타인은 자기 자신을 잘 알아주길 바란다. 존나 하나로 모든 상황과 감정을 표현하니 제대로 표현 할 수 없다. 그래서 더 쎈 표현을 찾는다. 그것이 바로 [조~~온나]다. 욕을 가장 많이 쓰는 아이와 역할 놀이를 한다. “네가 매번 존나, 존나를 쓰니까 널 존나 이상한 아이로 보는 거야. 존만아~. 근데 이걸 아무도 안알려줘. 다들 마음속으로만 생각하지. 대마왕 쌤이니까 이걸 알려준다”
6. 욕 쓰는 상대를 만났을 때 대처법을 알려준다.
이건 역할 놀이로 알려준다. 차쌤에게 욕을 해보라고 한다. 물론 이때 차쌤은 아이들의 친구란 설정이다.
욕쟁이: 어이 승민이 너 병신같아.
차쌤: 내가 병신같았니? 맞아 가끔 나도 병신같을 때가 있어. 알려줘서 고마워.
대략 이런 식이다. 상대가 욕을 하는 이유는 내가 욕을 듣고 무너지길 바라고 하는 행동이다. 상대는 내가 무너지는 걸 보며 쾌감을 느낀다. 욕이 강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욕을 대응하는 건 튕겨내는 것이다. 아무리 상대가 나에게 욕을 한다고 해도 그건 내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욕쟁이: 야이 #$^%^ 야.
차쌤: 네가 아무리 욕을 해도 난 무너지지 않아. 난 괜찮은 사람이야. 네가 아무리 욕을 한다고 해서 내가 행복하게 지내는데 방해되지 않아. 근데 넌 그런 욕을 많이 하면 행복하니?
마무리는 이런식이다. 물론 한번에 되는 것은 아니다. 욕수업은 전환점이다. 그리고 표식을 해놓는 수업이다. 전환점이 되고 표식이 완성되면 다음부턴 이 상황을 인식시키면 된다.
“욕을 쓰면 무식하다”, “욕을 쓰면 손해다”. “욕을 쓰면 행복해지나?”
다행히 올해 욕 특집 수업은 아주 대단하게 했다. 더 다행스러운 것은 이로 인한 항의가 없었다. 타령처럼 욕을 하던 아이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건 욕 특집 수업 이후 아이들의 태도와 학업 집중도가 늘었다. 요즘은 욕 특집 수업 한번 하려면 직을 걸고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그래도 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얻는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대신 이렇게 한다고 알릴 뿐 해야 한다고 권하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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