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이탈리아 2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4.30 06:30 | 최종 수정 2024.04.30 07:14 의견 4

필자에게 이탈리아는 오래전에 상처받은 추억이 있는 나라다. 그러니까 23년 전 함부르크에서 밤 열차로 피렌체에 도착하던 날, 여행비를 몽땅 잊어버렸고, 두오모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 반해 성당 바닥에 벌렁 누웠다가 어떤 노파로부터 심한 저주를 받았었다. 여행비 분실 보다도 어느 여인의 저주가 심히 맘에 걸렸었다. 결국 나중에 ‘저주는 본인에게 간다.’라는 말과 ‘교회는 모든 사람이 편안해져야 하는 곳’이라는 두 귀절로 위안으로 삼았었다. 지금도 그 여인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아마도 그 여자는 종교의 개념을 잘못 알았거나, 흔히 말하는 ‘마귀’가 아니었나 싶다. 검은 옷차림에 깡마르고 머리에도 검은 천을 덮어쓰고 있어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어쩌면 일부러 가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날카로운 콧날만 살짝 그림자 밖에 있어 기억할 뿐이다. 비록 이교도지만 그 무덥던 날 시원한 대리석을 등 대고 누워 사진 한 장 찍으려 했다고 뭐 “유 머스트 다이”라고! 이게 정말 어따 대구! 지금 생각해도 다시 화가 난다. 20년이 지났지만 발레리아에게 그 이야길 했더니 필자보다 더 놀라워하며 “영어로 그렇게 말했다면, 아마도 이탈리아 사람은 아닐 거예요.”라고 둘러대며 “아무튼 피렌체엔 꼭 한번 다시 가셔야겠어요. 그리고 그 사진을 꼭 찍으세요.”라며 격려했다.

23년 전, 1992년 7월 이곳에 왔을 때는 역사와 미술 문화를 중심으로 여행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갤러리와 사적지 중심으로 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처럼 과거 지향의 여행이 아닌 자연경관과 삶의 현장을 찾아다니는 성격의 여행이라서 상황이 다르다. 이번엔 특별히 밀라노 근처에 사는 작가가 안내해 주어 북부 이탈리아의 알프스와 인접한 지역을 중심으로 그들의 자연과 함께하는 인간의 삶을 보고 있다. 이탈리아 알프스는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처럼 완벽에 가깝게 정돈된 모습이 아니라서 더 정감이 간다. 가는 곳마다 산과 계곡, 호수 등이 이곳에 삶의 뿌리를 둔 사람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과거 무솔리니의 파시즘에 항거한 파르티잔(Partizan)과 예술과 낭만이 있는 도모도솔라(Domodossola), 계곡이 특히 아름다운 빌라도솔라(Villadossola), 알프스의 얼굴로 불리는 마쿠나가(Macugnaga)의 4,700미터에 가까운 고봉 몬테로사(Monterosa),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그라벨로나 토체(Gravellona Toce) 등... 가는 곳마다 명소들이 즐비하다.

몬테로사의 웅장한 모습과 그 아래 맑은 물, 계곡의 돌 등은 작업의 환경으로는 최고의 상태였다. 돌탑을 쌓고 원을 그리는 작업을 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이 동참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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