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 포커스 】혼선을 빚고 있는 늘봄학교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3.13 07:13 | 최종 수정 2024.03.13 07:30 의견 0

지난 4일 전국 2,700여 개의 초등학교에서 전격 시행된 ‘늘봄학교’에 대해 졸속 강행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은 지난 4일 늘봄학교에 대해 실태조사에 나선 결과, 늘봄 전담교사 부재 등 파행적으로 운영돼 현장의 혼란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하루만인 5일까지 80여 건의 파행 사례가 접수됐다. 전교조는 “하루 만에 80여 건의 파행 사례가 접수된 것은 현장의 혼란이 극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각종 파행 사례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 실태 조사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늘봄 전담교사를 채용하지 않거나, 채용 공고를 냈음에도 지원자가 없어 채용하지 못해 기존 교사가 늘봄 프로그램 운영이나 행정업무에 투입되고 있었다. 또 늘봄학교 운영 공간이 부족해, 교실이나 도서관 등을 늘봄학교 공간으로 대체하면서 기존 수업의 질 하락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례 1 : 공간 부족으로 1학년 담임 및 전담교사가 교실을 비워주고 있음. 늘봄 전담교사로 중등교사(수학) 자격소지자를 채용했으나, 수학교과는 담임교사가 담당하기 때문에 도덕 교과에 배정됨.

사례 2 : 늘봄학교 운영을 위한 공간이 없어 1학년 교실 9곳을 돌려가며 사용하고 있음. 갈 곳 없어진 1학년 담임교사는 어쩔 수 없이 늘봄강사로 투입됨.

사례 3 : 늘봄 전담교사로 중등교사(영어) 자격소지자를 채용했으나, 초등학교 업무 경험이 없어서, 해당 교사는 영어 수업만 진행하고, 늘봄업무는 기존 교사가 담당.

사례 4 : H초등학교: 채용된 늘봄 전담교사가 정년 퇴임한 원로 교사라서 늘봄업무 수행하기 어려움. 늘봄 강사를 구하지 못해 기존 교사들이 순번제로 강사에 투입되고 있음.

사례 5 : 1학년 대상으로 체육반, 독서반 2개반을 운영중이나 운영 공간이 없어 실내 체육수업 공간과 도서관을 활용해, 기존 학생들은 이들 공간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사례 6 : 늘봄 전담교사 채용을 위해 3차까지 공고했지만 결국 지원자가 없어 채용하지 못해 이 번 학기 초인 3월까지만 늘봄학교를 운영하고 그 이후에는 늘봄학교를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례 7 : 저학년 교실이 늘봄교실로 이용되면서 원 교실의 학생들이 쫓기듯이 나가야 함

사례 8 : 늘봄 관련 예산이 남기 때문에 늘봄 전담교사 이외의 기존 교사들도 반강제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늘봄학교에 참여하고 있음.

사례 9 : 늘봄 전담교사가 배정되지 않아 방과후업무 담당교사가 1학년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음.

교육부와 일부 교육청의 대응방식이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기도 하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늘봄학교 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학교실태를 전교조에 누가 신고했냐며 전체 교사회의를 소집하여 압박을 가하고 설문조사에 참여한 교사를 색출하는데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현장의 학교 사정과 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군사작전 하듯이 강행한 것이 근본 문제라고 할 수 있다.(전종호 기자)

사진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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