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처음 가는 길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3.09 07:09 | 최종 수정 2024.03.09 07:10 의견 4
사진 박그림

처음 가는 길


최복주

내 깐엔 깜냥껏
온몸 오그리고
엄니 자궁에서 탈출했을 거야
엄니는 허리가 뽀개지는 줄 알았다지
바늘 한 줌이 배를 콕콕 찔러댔다고도 했지

내가 찢어야 가는 길에
의사가 이왕이면
이쁘게 찢어져라 뇌까리며
메스를 댔겠지
난 개선장군처럼 노래를 불렀지
엄니의 고통보다 큰 소리로

눈부시게 밝은 세상
겁나게 밝은 세상
조금씩 조금씩
눈을 뜨고
소리를 알고
색깔을 알고
따뜻함을 알고
너를 알았어

날마다 날마다
처음으로 가보는 길
비바람 눈보라 맞을지라도
밝은 햇살 맞는 날이 더 많으리라
맑은 꽃향기 맡는 날이 더 많으리라
설레며 손잡고 함께 걸어가야 할 길

가는 길에 활짝 핀 꽃처럼
나는 너를 믿고
너는 나를 믿으며
서로에게 스며드는 향기가 되자
향기로운 꽃물들어 하나가 되는
우리 사랑꽃 하나
활짝 피워올려 보자

사는 일은 모두 처음 가는 길

(시인, 시집, <날 무딘 호미 하나, 시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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