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여행】쿠바에서 온 편지 6

산타 클라라Santa Clara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1.23 08:07 | 최종 수정 2024.01.23 08:09 의견 0

Santa Clara에 11경 도착. 숙소로 와서 라면에 누룽지 넣어서 아점을 먹었다. 두 음식의 첫 조합이 너무 맛있었다. ㅎㅎ 숙소에 처음 도착해서 기록하고 설명 듣고 보니 나선형의 좁은 계단을 올라가야 한대서 깜놀하고 있으니 호스트께서 남편(esposo)이 짐을 올려다 준다 해서 안심했다. 에어비엔비로 숙소를 고를 때 층을 문의하지 않은 것이 순간 후회되었는데 다행이다. 그리고 2층에 올라가니 부엌과 거실, 별도의 옥상 테라스까지 온전히 우리만 사용하는 공간이라 행복하다. 부엌이 있는가를 숙소선택의 중요 기준으로 했지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지역 게릴라전에서 전사했다는 Leoncio Vidal의 동상이 있는 비달 공원(Vidal parque)의 한쪽에 있는, 8년 전 숙박했던 Santa Clara libre 호텔이 아직도 낡은 그 모습 그대로다. 밤에 보니 객실 불이 몇 개 없다. 관광객이 그다지 많지 않은지 괜찮은 까사casa(쿠바 정식 개인 주택 숙박업)가 늘어난 건지…. 돌아다니다 보니 유럽단체 여행객 한 팀이 보인다. 좁은 동네고 관광지가 뻔해서 자주 본다. 산타클라라는 그냥 체(Che)의 도시이다. 하지만 쿠바의 유명한 자선가 ‘마르타 아브레우’의 도시로 불려지기도 한다. 쿠바 독립을 위해 1890년대 24만 페소의 독립자금을 모은 여자이고 역시 비달 공원에 동상이 있다.

비달공원의 작은 콘서트


더운 시간이 조금 지나 처음 간 곳이 체게바라 기념관(Complejo Monumental Ernesto Che Guevara)에 갔다. 볼리비아에서 어이없게 발각되어 사망한 20주기를 기려 세운 6미터 동상이 우뚝 서 있어 위엄이 있는 곳이다. 1, 2관으로 되어있는 메모리얼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단지 눈과 마음만으로 보고 기억하고 나와야 한다. 산막에서 누운 체(Che)가 괴테의 책을 읽고 있는 사진에 눈에 들어온다. 마치 다큐를 찍은 듯 체의 사진들이 많다. 그리고 편지와 늘 써온 글과 일기들. 동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체의 사진들이 많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체의 펑전을 읽은 지 오래되어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젊은 나이에 그 혁명에 대한 신념은 이해하기도 힘들 지경일 뿐. 혁명광장, 기념 조형물, 동상, 추모관 등이 있는 복합 기념관이다. 체(Che)와 관련된 곳은 입장료가 없고 기념관은 다른 박물관에 비해 잘 만들었고 관리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들고 온 시인 이산하가 엮은 체(Che)의 시집(체의 글을 시의 형태로 정리한 것) 중 하나를 올린다.

지금까지

나는 나의 동지들 때문에 눈물을 흘렸지.

결코 적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오늘 다시 이 총대를 적시며 흐르는 눈물은

어쩌면 내가 동지들을 위해 흘리는 마지막

눈물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멀고 험한 길을 함께 걸어왔고

또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것을 맹세했었다.

하지만

그 맹세가 하나 둘씩 무너져갈 때마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보다는

차라리 가슴 저미는 슬픔을 느꼈다.

누군들 힘겹고 고단하지 않았겠는가

누군들 별빛 같은 그리움이 없었겠는가

(......)

동지들이 떠나버린 이 빈산은 너무 넓구나

밤하늘의 별들은 여전히 저렇게 반짝이고

나무들도 여전히 저렇게 제 자리에 있는데

동지들이 떠나버린 이 산은 너무 적막하구나

먼 저편에서 별빛이 나를 부른다

- ‘먼 저편’

바나나 꽃


기차역으로 가다 한구석에서 비틀즈 공원(허접한) Parque Abbey Road (Parque los Beatles)을 지났다. 왜 여기에? 말이 안 되니 알지 못하고 지나는 것들은 어쩔 수 없다. 와이파이가 안 되니 구글 번역기도 작동이 안 되고, 유심칩은 간간히 필요할 때만 쓰는 중인데 그것도 한달 쓴다더니 벌써 종료. 당했다.

마지막 여정 아바나에 가야 하는데 비아술이 매진. 여기 도착한 날 혹시 기차를 도전한다는 생각에 그냥 온 것이 낭패다. 호스트의 말에 의하면 표 구하기도 어렵고 새벽에 출발한다고 한다. 줄선다 해도 표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기차를 타는 시도를 하려 했다니 너무 쉽게 생각한 것. 아니면 택시로 아바나까지 이동해야 하는 상황(난감하네!). 기차를 탔을까요? 못 탔을까요?

전복한 무장열차를 이용한 당시 모습을 보여주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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