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식민지 모습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었다는, 보존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은, 1988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 트리니나드Trinidad로 왔습니다. 트리니다드는 교회에서 삼위일체를 말합니다. 시내 마요르 광장playa Mayor를 중심으로 바, 식당, 박물관, 갤러리, 수공예품 상점들이 즐비합니다. 붉은 흙이 많아 지붕들이 거의 붉은색이고 붉은 벽돌로 집들이 지어졌습니다.

시내 풍경


택시를 타고 잉헤니오스(Ingenios)로 갑니다. 교외를 벗어나니 그나마 공기가 조금 상쾌합니다. 쿠바의 도시들은 오토바이, 낡은 자동차 등이 많아 공기가 탁합니다. 18, 19세기 쿠바의 경제를 떠받들던 사탕수수가 미소 간의 대립 끝에 소련이 수입을 중단하면서 어려워지게 되었고 지금은 농장주의 저택이 레스토랑으로, 농장주가 만든 사탕수수 운반용의 기차는 고장이 나서 관광용으로도 중단된 상태고 노예를 감시하던 44m의 탑은 옛날 펼쳐졌던 사탕수수밭을 둘러보는 관광코스가 되었습니다. 다만 농장주의 집에 몇 점의 노예들의 사진이 걸려 있어 당시의 역사를 돌아보게 합니다.

노예 사진
노예 사진


아침 쌀죽을 끓여 먹고 성 트리니다드(Iglesia Parroquial de la Santisima Trinidad) 교회 미사에 참여했습니다. 은퇴의 나이가 훨씬 넘은 신부님과 몇 명의 나이 든 신자가 보입니다. 도시처럼 교회도 늙고 다 늙었네요. 미사가 끝나고 밖에 나오니 마요르 광장에 학생들이 가득하고 마이크로 선생님의 목소리가 우렁찹니다. 음악이 나오고 학생들이 춤을 춥니다. 초등 5학년, 4, 3, 2학년들이 손을 드네요. 그리고 또 춤을 연습합니다. 제일 뒤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학생들과 함께 춤을 춥니다. 옆에 계신 분께 물어보니 내일 트리니다드 탄생 기념 행사가 있어 연습 중이랍니다. 다양한 종류의 춤을 추는데 그게 다 쿠바 춤이군요. 살사, 룸바 뭣뭣 기타 등등. 어찌나 몸들이 유연한지 또 뚱뚱한 사람도 거의 없어요. 아니 외려 마른 사람들이 많습니다. 식생활이 문제인지 체질인지 속 사정은 모르겠습니다만 식생활이 기름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춤 연습하는 학생들


‘Cubalie por el 1010 aniversario de la fundacion de trinidad’(주민이 써 준 글)

내일 매우 유쾌할 것 같은 행사를 보지 못하고 이른 아침 시엔푸에고스로 떠나야 하는 게 안타깝군요. 떠나기 전날 한국인 관광객에게 유명한 chamero아저씨 네서 예약한 랍스터 저녁을 먹었습니다. 10달러인데 그동안의 메뉴 중 가장 덜 짜고 야채도 풍부하고 랍스터도 살이 실했어요. 거기서 합석하게 된 한국의 진주 청년을 만났는데 28살이고 소방공무원을 하다 사표 내고 8개월 예정 세계 일주 중이라네요. 2개월 되었답니다. 고등학생 정도나 되는 줄 알았는데 짜 먹던 고추장을 주며 친구랑 한 끼 정도는 먹을 수 있다며 주었더니 감사하다고 받더군요. 서로의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을 바라며 헤어졌습니다.(시인. 시집 <몇 걸음의 고요>)

랍스터 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