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주초등학교 이야기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12.31 08:25 | 최종 수정 2023.12.31 08:32 의견 0

박순걸(밀주초등학교 교감)

밀주초의 든든한 버팀목은 오십을 훌쩍 넘긴 여선생님들이다. 전체 11학급 담임교사중 다섯 명이나 되고 한 명은 오십에 가까우니 거의 절반이 넘고 부장교사 네 명중 사십대 남선생님 한 명을 빼고는 세 분이 여선생님들이다. 부장교사를 하기에도 나이가 너무 많다. 이 여선생님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아이들을 대할때 절대 엄격하게 대하지 않는다. 마음에 상처입은 아이들이 많은 밀주초이기에 늘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하며 쉼없이 아이들을 품는다.

둘째, 아이들을 통해 배운다는 말과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항상 감동을 느낀다고 자주 말한다.

셋째, 아이들을 교사의 기준에 맞추려고 하지 않고 스스로를 아이들에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교사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주입하지 않고 늘 학생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넷째, 학부모에게 친절하게 대하며 항상 소통하면서 학급을 경영한다. 학부모의 도움이 필요할때는 적극적으로 협조를 요청하며 교실문턱을 낮추려고 노력한다.

다섯째, 교무실에 자주 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업무지원팀의 지원이 정말 고맙다는 격려를 자주 한다.

여섯째, 학생과 학부모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잘못과 아픔을 감싸주려고 노력한다.

일곱째, 반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절대적인 존경과 지지를 받고 있지만 특별히 자랑하거나 내색하지 않는다.

여덞째, 학생들의 기초학력과 기본생활습관 형성에 누구보다 충실하다. 특히 외부강사 수업시 절대 교실을 비우지 않고, 항상 함께 협력수업을 진행하면서 교사의 본분을 다한다.

아홉째, 새학기에 어떤 학년의 담임도, 어떤 교실도 특별히 욕심내거나 요구하지 않고 학교와 학생이 처한 상황에 스스로 학년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열번째,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주변사람들에게 자주 듣는다.

정리를 하고보니 공통점이 열 가지나 된다.

종업식날 만기가 다 되어가는 여선생님 몇 분이 묻는다. 밀주초는 행복학교라서 만기가 되어도 유예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몇 년까지 가능한지??? 2년은 유예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밀주초에 명퇴하려고 왔었는데 이제는 정년을 하겠다는 여선생님에게 밀주초에서 최대한 유예를 할 수 있는데까지 하시라고 말씀드렸다.

교감선생님도 밀주초에 오래 근무하셨는데 내년에 승진해서 밀주초를 안떠나는지 걱정스레 묻는다. 만기로도 아직 일년 반이 남았고 교장 승진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지원청에서 주는 근평에 달려있으니 그것도 걱정마시라 했다. 이래저래 선생님들의 마음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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