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이 없는 어린 딸과 단둘이 사는 엄마가 있었다. 보통 세상은 어린 딸을 위해 엄마가 밥도 먹여주고, 옷도 입혀주고, 가방도 학교까지 들어다 주는 희생을 기대한다. 물론 딸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는 장애가 있기에 엄마가 평생 자기를 위해 뒷바라지를 다 해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엄마는 냉정해졌다. 딸이 어느 정도 크자 보통의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밥도 먹여주지 않았고, 옷도 입혀주지 않았으며 학교 갈 때 가방도 들어다 주지 않았다. 딸은 야속했다. 엄마가 팥쥐 엄마는 아닌지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그때부터 딸은 혼자서 눈물겨운 투쟁을 시작했다. 혼자서 밥 먹는 법을 연구했고, 혼자서 옷 입는 법을 터득했으며 혼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갔다.

세월이 지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안 계신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어머니가 옆에 없는 삶도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이미 그녀는 무엇이든 혼자 다 할 수가 있었다.

그때서야 그녀는 깨달았다. 태산 같은 어머니의 사랑을! 어머니는 당신이 떠나고 없을 딸의 미래를 내다보고 그리도 모진 훈련를 시키셨던 것이다. 어머니는 딸의 힘겨운 투쟁을 옆에서 지켜보며 홀로 얼마나 피눈물을 흘리셨을까? 딸은 어머니의 그 깊은 속도 모르고 철없이 원망한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청하며 하염없이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또 자신의 엄마가 생물학 박사였던 어느 초등학생 일화도 있다. 어느 날 야외 수업 중에 그 아이는 들판에서 예쁜 꽃을 발견하고 선생님에게 그 꽃 이름이 무엇인지 질문하였다. 선생님도 알 수가 없어 다음 시간에 공부해서 알려주겠다고 답하였다. 아이는 집에 와서 입을 삐쭉거리며 자기 선생님은 그것도 모른다고 비아냥거리며 생물학 박사인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아이가 선생님을 무시하면 다른 모든 교육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도 모르니 선생님께 잘 배워오라고 타일렀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그 식물이 속한 종과 이름, 특성에 대해 자세히 적어 비밀리에 전달하였다.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박사인 엄마도 모르는 것을 우리 선생님이 자세히 알려주었다면서 기뻐하는 것을 보고, 엄마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이런 일화들을 좋아한다. 옛말에 자식은 겉으로가 아닌 속으로 예뻐하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 예뻐하면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수염까지 잡아당긴다고 하지 않던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모르는 아이는 할아버지가 기가 막혀 웃으면 자기가 잘해서 웃는 줄 알고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그 일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옳고 그른 일도 구별못하면 사람이 아닌 짐승과 다름 없기에 어린 자녀에 대한 분별없는 사랑은 독약이라는 것이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옛 선조들의 지혜인 것이다.

아이를 위해 별이라도 따다주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지만 그것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교사보다 자신이 더 낫다는 것을 아이에게 드러내고 싶은 부모는, 잠시 아이 앞에서 우쭐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소중한 아이가 선생님을 존경할 줄 모르고, 더 나아가 모든 어른들을 무시하는 버릇없는 아이로 자라게 하는 돌이킬 수 없는 우를 자신도 모르게 범하는 것이다. 그런 아이는 자라서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사회 부적응자가 되고, 결국에는 부모 자신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하느님의 선물이므로 타인에게도 기피대상이 아닌 귀한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잘 지켜주었으면 하는 마음 가득하다. 요즘 지속적으로 학교와 학생들울 둘러싸고 발생하는 비극적 상황들에 평생 교육자로 살아온 한 사람으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무분별한 사랑이 아닌 냉철한 이성으로 자녀를 키우는 현명한 어머니들의 일화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