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낭희의 '길 위의 인문학'

음식물 쓰레기를 위한 애도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11.20 07:36 의견 0

어느 골목길

통안에 그득 버려진 너를 보다가,

너를 바라보는 한 사나이와 늙은 개 한 마리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붉은 흙더미 속에서 박차고 나와

새순이 애기발가락처럼 꼼지락거린 그때를 추억한다.

천둥을 견디고 세상에 나온 너를

설렌 가슴으로 맞이했을 농부의 신새벽를 떠올린다.

그리하여, 애써 보살핀 너를 지난밤 장터에서 떠나보내고

잠을 설쳤을 가난한 농부의 측은한 그 밤을 그리워한다.

다 내어주었으므로 행복하였네라

누군가의 한 밤의 축제를 위해

모든 것 내어주고 무심하게 버려진 너를 위하여

아직, 차마 떠나지 못한 아이들 웃음소리

빈뜰에 눈처럼 흩날리고 있을테다

시, 사진 이낭희 (산책문학여행 문학수업블로그 http://blog.naver.com/nanghee777)

집필 0교시문학시간, 살아있다면 리플, 나만의 문학수업을 디자인하다

화수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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