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25년 경력의 교사이자 청소년 정책을 연구한 강지나 박사는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돌베개)에서 “나는 성장하고 싶은 어린 생명이 가난이란 굴레와 가족으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고 굴절되고 다시 일어서는지 그들의 목소리로 기록하고 싶었다. 그 안에는 세상에서 흔히 통용되는 가난에 대한 인식이나 이미지와 다른,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가 있었다. 나는 청소년들이 삶에서 얻어낸 그 통찰과 지혜를 학문적으로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책은 저자가 빈곤 가정에서 자란 여덟 명의 아이들을 10년간 지켜본 과정을 정리한 결과물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하면서 1986년에 사당동에서 처음 만난 한 가난한 가족을 25년 동안 따라다닌 이야기를 담은 사회학자 조은 교수의 『사당동 더하기 25』(또하나의문화)가 떠올랐다. 이런 책들은 매우 소중하다.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빈곤의 대물림. 지긋지긋하다. 어려서는 정말 많이 굶었다. 하지만 산과 들로 뛰어다니면 먹을 것이 있었다. 바닷가에서 살았는데 바다에는 조개나 망둥이 등 먹을 것들이 많았다. 어떤 고비를 넘기니 도와주는 분들이 있었다. 그 분들의 도움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전 지구적으로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나는 로컬에서 지혜를 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메타 시티를 추구한다. 부자 감세를 일삼으면서 노동자는 적대시한다. 덕분에 불평등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요즘 식당에는 손님이 없다. 어떤 때는 나의 일행만 밥을 먹는 경우도 발생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런 문제를 해결할 큰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 없다. 자영업자들의 신음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도 선거를 위한 포풀리즘 정책만 남발되고 있다.

저자는 ‘들어가며’에서 “처음 만날 때는 열예닐곱 살의 청소년이었던 이들이 지금은 서른 즈음의 청년이 되었다. 세월과 함께 이들의 변화와 삶의 굴곡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때로는 애처롭고 가엾다가 어떨 때는 존경스럽고 대견하다는 느낌이 무수히 교차했다. 이들은 자신이 힘들 때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듯이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원했고, 다른 인터뷰 참여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어려운 환경에 처한 다른 청(소)년들을 위한 마음으로 오랫동안 내 책을 응원해주고 기다려주었다.”고 말했다. 이 책을 정책을 세우는 이들이 모두 한 번 읽어보고 근원적인 해결을 위한 인프라 조성에 나서주었으면 한다.

저자는 또 “경제학자로서 평생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연구해온 아마티아 센은 『자유로서의 발전』에서 빈곤은 단순히 재화의 부족이 아니라 자유로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는 역량의 박탈이라고 설명했다. 빈곤 상태로 인해 건강한 관계 형성과 욕구 발현의 기회가 수없이 좌절되고 박탈되면 사람들은 누구나 문제행동을 보인다. 빈곤 대물림은 이런 박탈의 경험이 대를 이어 축적되고 불평등한 사회구조로 고착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빈곤 대물림의 불평등한 과정 안에서 청소년이 성장한다는 것은 우리 미래 세대를 고갈시키고 피폐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빈곤 대물림은 생태계의 재앙과 전염병의 팬데믹을 고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 문제로서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영원히 불평등의 나락 속으로 우리 아이들을 처박아버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충분히 동의한다. 나는 1980년대 초에 한 농촌 야학에서 1년간 학생들을 무보수로 가르친 경험이 있다. 가난해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자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지금은 나보다 잘 사는 이들이 많다. ‘기회의 부여’가 관건이다. 가난하지 않은 사람도 “자유로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는 역량의 박탈”은 견디기 어렵다. 가난해서 구질구질하게 살았던 나에게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주신 분들이 계셨다. 어제 나는 두 명의 후배 출판인들에게 그분들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후배 세대에게 최선을 다해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꾸준히 걸어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