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마

케팅연구소장

“우리는 결단해야 합니다. 협소한 세계를 돌파할 것인가? 아니면 나를 작게 만들어 협소한 세계에 적응할 것인가. 전자가 곤이나 붕이 꿈꾸던 자유였다면, 후자는 메추라기가 선택한 자유였죠. (…) 그래서 바람이 중요한 겁니다. 바람은 더 큰 세계가 있다는 상징, 협소한 세계 밖에는 타자가 있다는 상징이니까요. 곤은 바람을 통해 더 큰 세계를 꿈꾸었고, 붕은 바람을 타고 더 큰 세계로 가려고 합니다. 자신의 큼에 어울리는 세계를 선택하려는 겁니다. 반면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면 메추라기는 자기 둥지로 돌아갈 겁니다. (…) 바람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바람을 피할 것인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협소한 세계를 돌파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협소한 세계보다 더 작게 만들 것인가?”

『강신주의 장자 수업』 1권 ‘대붕 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려서는 바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바람의 흐름을 잘 활용했기에 지금의 ‘둥지’라도 겨우 확보한 것 같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나도 바람을 꺼리게 된다. 지친 것일까? 나는 이제 멍석을 깔아놓고 후배들이 마음껏 놀아보라고 권한다. 나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방패로 삼으면서 바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일까?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앤드루 S. 그로브, 부키)의 저자는 “문제가 생기기 전에 배의 방향을 신속하게 다른 쪽으로 바꿔야 하고, 새로운 항로로 배가 잘 운항하길 바란다면 바뀐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제대로 감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는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관상>에서 주인공은 마지막 장면에서 “파도는 바람이 움직이는 것인데 바람을 보지 못하고 파도를 보았으니…”라고 한탄한다.

『강신주의 장자수업』 1권의 프롤로그 제목은 “바람이 붑니다, 이제 대붕의 등에 탈 시간입니다”이다. 저자는 “대붕의 등에 타거나 혹은 대붕이 될 48번의 기회 중 한 번은 잡으시기를. 자, 이제 바람이 붑니다. 드디어 대붕의 등에 탈 시간이 되었네요.”라고 충고했다. 나도 다시 한 번 대붕의 등에 올라타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