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될 수는 없다. 누군가는 반드시 실패한다. 그렇게 무한 경쟁을 하는 승자 독식의 사회에서 상처받고 탈락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우리에겐 든든한 울타리가 필요하다. 그렇게 다시 한 번 일어날 기회를 얻어야만 한다. 누구든지 성공할 수 있고, 누구든시 실패할 수 있으니 서로의 존재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부를 향해 질주하는 삶 대신, 서로를 돌보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야만 한다. 교실 속 공간만큼은 자본의 논리를 넘어 서로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야수의 속성을 지닌 자본주의로부터 인간다운 삶을 지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내가 가르치고 싶은 전부다.”
『부자 되기를 가르치는 학교』(교육공동체벗』에 실린 김형성 부산남일고 국어 교사의 「‘돈 되는 교육’과 ‘돈을 위한 교육’을 넘어 - 투자와 재테크의 시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는 이렇게 끝난다. 필자는 교실 속 학생들의 관심사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경험을 토대로 한 그의 글을 읽어보자. “돈 공부를 하지 않는 개인의 나태함과 어리석음이 의문과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점점 가난과 빈곤이 개인의 책임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쉬는 시간에 다가와 나에게 비트코인과 테슬라 주식을 샀냐고 질문했다. 선생님도 비트코인과 테슬라 주식을 사면 부자가 될 수 있고, 빨리 은퇴해 ‘파이어족’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씨름하며 힘들게 노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학생 나름의 걱정이었다.”
학생 중에도 ‘건물주’는 있을 것이다. 그들은 오로지 생존이 목표인 친구들의 불안을 이해할까? 힘겨운 노동을 하는 교사를 진정으로 존경할까? 『부자 되기를 가르치는 학교』의 공저자들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돈벌이에 초점을 맞춘 금융 자본주의적 경제교육을 비판”한다. 온라인서점의 베스트셀러와 유튜브 방송에서 “누구든 10억 자산가가가 될 수 있다”고 떠들어대는 세상에서 교사들이 돈 버는 법, 부자 되기를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고 대안적 경제시민교육, 노동교육, 모두를 위한 경제교육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학교 교실도 불평등으로 인한 갈등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윤호 경기 안양공고 교사는 「학교에서 제대로 된 노동교육은 가능할까」에서 “교육은 자신의 삶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 자신의 삶과 우리 가족의 삶,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삶을 통해서 다시 자신의 삶에 대해 가치와 방향을 고민토록 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삶의 모습을 담아내지 못했다. 아니, 자신과 부모의 삶을 부인하고 거부하게 만드는 교육을 해 왔다. 그 삶은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다시 말해 거의 대부분의 삶은 ‘노동’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데, 우리 교육에서 노동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선한 마음을 가진 교사들은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회사(출판사)라는 공간은 어때야 하나? 회사도 “자본의 논리를 넘어 서로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수습기간이 끝난 직원들에게 4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주는 회사를 만든 것은 회사를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하후상박이라 연차가 많은 직원들이 불만이 있을 것이지만 엄혹한 출판 현실에서 이렇게 하는 것만도 쉽지는 않다. 신간이 발행되면 인세는 바로 지급된다. 중쇄를 찍어도 그렇다. 생산자인 저자에게도 최소한의 버팀목이 되어주기 위함이었다. 어제는 25일, 급여와 제작비가 지급되는 날이다. 인세는 수시로 지급된다. 나에게 결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 달도 잘 넘어갔다.
나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자신이 있다. 아직은 모든 직원의 정년을 보장할 수 있다. 직원들이 실패할 수는 있는 기회도 부여할 수 있다. 결정권이 부여된 그들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많은 출판인들이 생존마저 버거워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판과 책의 멸망을 바라는 것 같다. 출판과 독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많은 출판인들이 내년의 삶조차 두려워하고 있다. 나는 각자도생이 아닌 공존을 모색하자고 소리쳤다. 하지만 소리는 그냥 메아리가 되어 허공으로 사라질 뿐이다. 우선 당장은 내가 운영하는 회사들의 항구적인 생존을 위한 대책부터 세우고 있다. 내가 없어도 굴러갈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만 한다. 공공성이 생명인 출판사들이니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