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뉴스/ 2050 기후위기 대한민국]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10.21 07:29 의견 0

이기관(두리에너지 대표)

소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방어를 위해 여러 가지 기술이 선보이기도 한다. 바로 비건대체육이나 배양육 같은 것인데, 소고기가 만들어내는 붉은 고기의 질감을 흉내내기 위해 비트(붉은무)를 사용하여 모방하거나 배양육의 실험대상이 유독 소고기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인류의 소고기에 대한 애정은 뿌리가 깊게 내려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건대체육이나 배양육이 성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비건대체육은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비토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뭘 그렇게까지 흉내내어 가며 위장 육식을 하려느냐는 비아냥도 일리가 있다) 결국 채식으로 넘어가기 위한 아주 좁은 중간 시장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도 타당해 보인다. 실제로 미국에서 시작된 벤처기업인 ‘Beyond Meat’가 중국시장에 진출하려 애를 썼지만 워낙 두부, 두유 등으로 콩류 소비가 많은 중국 시장에서 굳이 고기를 흉내낸 콩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냉정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대체육은 생명윤리문제를 떠나 에너지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안으로 정착하기 힘들 수도 있다. 통제된 상태에서 고기를 만들 수 있다는 놀라움, 신기함, 그리고 개발자에게는 신이 된 것만 같은 만족감마저 줄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대량화되기 위해서는 대체육 공장 옆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야 가성비와 제로배출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사회적으로 지지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호주에서는 저탄소 축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소는 그냥 놓아두고 저탄소 사료에 집중하는 경향을 찾아볼 수 있다. (호주의 온실가스 중 축산배출이 10%에 달한다) FutureFeed나 Sea Forest와 같은 회사에서는 분홍색 해초인 바다고리풀(Asparagopsis)에 브로모포름(bromoform)이라는 유기화합물이 되새김질하는 소나 양의 소화단계에서 메탄가스 발생이 약 80% 줄어들며, 고기의 맛과 품질에도 영향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최근의 이 소식은 해초류(김, 다시마 등) 에 남다른 관심이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에게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호주의 친환경 외식 프렌차이즈 업체 ‘Grilled’에는 1호주달러만 더내면 해초로 키운 소고기로 만든 버거를 내어주는 메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해초로 만든 사료는 저탄소사료로 중간대안을 찾아보려는 축산업계에 기대할만한 대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문제는 어떤 행위라도 80억 인구가 동시에 행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고 (모든 기휘위기 발생의 원인은 비슷한 과정으로 생겨난다), 80억 인구가 소비하는 10억 마리의 소 자체를 문제시할 수 있다는 예상은 쉽게 해볼 수 있다. 소입장에서 10억 마리를 줄이기 전에 80억을 먼저 줄이라고 하고 싶겠지만, 일단 인간의 욕망을 통제하기 위해 공권력이 강제하는 국면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다른 사회제도에서 이런 운영의 사례는 찾기 쉽다. 우리 나라에도 택시총량제로 택시사업자를 보호 혹은 통제(?) 하고 있으며, 중국의 대도시에는 자동차 등록대수 자체를 총량제로 관리하여 무분별한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 택시면허의 권리금 가격이 생긴다던지, 자동차 등록을 위한 뇌물이 성행한다던지 하는 이면의 어두움이 존재하지만, 이 통제를 기반으로 중국은 전기차보급을 활성화시키는데 활용하기도 하는 사례는 참조할만하다. (예를 들어, 내연기관 차를 중국 상하이시에 등록하려면 지금은 누군가의 폐차를 기다려야 하지만 전기차에만 예외를 두어 시민들의 전기차 전환동기를 정책적으로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의 축산업으로 돌아오자면 사육두수를 통제하여 자연스레 다른 업종 혹은 저탄소 축산업으로 전환시키려는 정책적 시도가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 축산업계의 반발과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너희들도 솔직히 소고기 좋아하잖아!’ 류의 공범 폭로도 잇따를 것이다. 맞다. 우리 모두 공범이어서 공정한 기소가 쉽지 않다는 것이 기후위기혐의의 특징이고, 소고기 문제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유통되는 소고기의 양이 줄어들면 소고기의 영양적 가치를 누려야 마땅하다고 인정되는 곳에 (예를 들어 유아의 발육, 성장) 정의로운 배분의 문제가 따라올 것이다. 지금도 소고기 가격이 비싸 고급 명절선물 용도로 과대포장되고, 금가루가 뿌려지고, 회식 자리에서 소중한 나의 노고를 보상받는 수단으로 애용되고 있지 않은가. 이런 현실에서 온실가스배출에 대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소비자 가격으로 책정될 때, 유아의 발육을 위한 자원이 소득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우리나라의 소비대중은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거꾸로 정치에 이것의 공정한 배분을 요구할 것이고, 최소한 유아에게 배급되는 소고기를 제도적으로 지켜내려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하지만 이 대단히 좌파적인 대책은 또 다른 그림자를 드리울 터인데, 이 배급된 고기의 음지 시장 형성이다. 어쩌면 ‘고기딱지’라 불리울 수 있을 이 제도의 웃픈 이면을 이 가상기사에서 보여준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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