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뉴스/ 2050 기후위기 대한민국]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10.07 07:00 | 최종 수정 2023.10.21 07:29 의견 0

이기관(두리에너지 대표)

2050년 기후위기가 닥쳐오고, 에너지전환을 시도하는 근미래의 우리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기온의 상승에 따른 해수면의 상승 이런 지구과학적인 문제로만 기후위기를 인식하기 때문에 우리는 에너지전환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손을 놓고 있거나 내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이 기획은 가까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엿보는 가상뉴스를 통해 기후위기의 사회문화적 측면을 주로 다루면서 우리에게 어떠한 변화가 닥칠 것이고, 어떠한 변화를 이뤄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043년 9월 7일 새벽 2시, 서울시 사법경찰 단속반이 강남의 한 지하공간을 급습하여 불법 소고기파티로 의심되는 현장을 적발하였다. SNS 비밀 톡방을 열어 불법으로 소고기를 유통해온 심 모씨는 한 달에 한 번 특정 회원들만을 대상으로 단속이 뜸한 시간을 틈타 이런 파티를 벌여왔고, 최근 제보를 통해 그 실체가 확인되었다. 한 번에 수십 명의 성인남녀가 함께 몰래 소고기를 구워 먹은 현장은 고기 냄새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완전히 밀폐시키는 음압시설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된 이들은 대부분 검사, 변호사, 의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고기 배급량은 한 달에 1인당 100g 이하로, 유아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양도나 판매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이들은 마장동 등에서 불법유통되는 소고기를 초고가에 회원들에게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밀실 영업을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육류생산 및 유통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처벌될 것으로 보이며, 수사당국은 현재 법으로 금지된 ‘직화구이’ 행위 등 여죄가 있는지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및 이산화탄소양으로 환산되는 메탄가스 포함) 중 축산업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양이 약 18%에 달한다는 보고 (2006년 유엔식량농업기구 보고서)도 있다. 이에 대해 우리 나라의 축산업은 국내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1.2%에 불과하여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인식되기에는 비중이 작다는 이야기도 있다. 통계 수치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에 달한다’, ‘~에 불과하다’라는 해설이 뒤에 따라붙어 우리를 호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늘상 경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기후악당으로 불릴만큼 1인당 탄소배출량은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고, 5천만 국민이 소비하는 육류의 상당부분은 외국에서 수입되어 소비되고 있는 상황을 전제하고 다시 통계를 이해한다면 ‘한우’를 보호하고 싶은 국내 축산농가의 마음이 절로 읽힌다. 반대편에선 ‘SUV를 타는 채식주의자보다 자전거를 타는 육식주의자가 탄소를 더 배출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 또한 통계의 취사선택에서 나온 오류가 아닌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문제는 기후위기유발혐의로 누군가를 기소하기 위해서 주범과 종범을 가려내는 수사에 집중하는 사이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자전거를 타는 채식주의자(혹은 저탄소 영양섭취자)’가 궁극적 정답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은 내가 먼저 내 분야 먼저 공격당하는 것에 대한 방어논리를 구축하고 싶은 ‘얘도 그렇대요’ 심리에서 기인한다. 훌륭한 수사관은 아마도 이러한 진술을 객관적으로 엮어서 비교적 억울함이 없게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공정하고 적절하게 기소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여기서는 단순히 확인된 사실만을 다루기로 한다.

(1) 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이유는 사육과정의 메탄가스 때문이며,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의 28배의 온실효과를 보여 양이 적어도 문제가 크다.

(2) 소의 메탄가스를 줄이려면 아이러니하게도 목초지에서 방목하는 방식(호주, 아르헨티나 등)보다 가두어 기르며 사료를 먹이는 방식(한국, 미국 등)이 더 유리하여 우리의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3) 이러나 저러나 세계적으로 소는 10억 마리가 인류와 함께 살고 있는데, 탄소경제 이전의 시대와 달리 소에게서 노동력을 기대하지 않으면서 육류로서만 소비하여 1마리당 소의 가치는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

(4) 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여러 기준과 통계에 따라서 다르지만 1kg당 30kg~90kg 수준으로 여러 육류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높으며 닭고기나 돼지고기, 생선류로 대체만 해도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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