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업자는 시종 불만이었다. 얼굴에 쓰였다. 뭘 물어봐도 대답도 안 한다. 우리도 전기업자에게 불만이었다. 가정용 전기와 삼상전기 계량기 값을 170만 원 달라고 해서 주었는데, 한전에서 날아온 통지를 보니 하나는 304,700원, 하나는 546,700원이었다. 나머지는 면허증 값이라고 한다. 면허증 값? 인정한다. 그런데 두 개를 동시에 하는데 면허증 값을 따로따로 받아야 하나? 견적서를 달라했는데도 안 보내준다. 현장소장에게 물어봐도 그렇게 달라고 해서 전달했다는 말 뿐이다. 전기업자는 현장소장이 도급으로 맡긴 업자다. 현장소장에게 당신은 우리가 고용한 사람이니 우리에게 이익이 가도록 업자를 선정하고 비용을 체크해야 할 것 아니냐고 채근한다. 결과적으로 이 일을 계기로 우리는 공정과 업자 선정에 더 개입하게 되었다. 앞서 말한 도배의 경우도 우리가 개입하여 경비의 반 정도를 절약하였다.
아무튼 전기업자의 불만사항은 전기와 조명 선이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현장소장에게도 여러 번 들었다. 선이 복잡하니 할 일이 많고 평당 20만 원으로 계산하고 들어왔는데,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평범하고 일반적인 작업만 주로 한 업자에게 건축주가 좀더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건축가의 세심한 전기선 요구는 생소했을 수 있다. 그것은 우리도 이해한다.
조명은 밝아야 할 곳은 밝게 했고, 그윽할 곳은 그윽하게 했다. 서재는 가장 밝은 조도의 돌출등을 달았고, 서재와 거실의 높은 천장에는 이노술을 했다. 부엌에는 싱크대와 식탁이 있는 자리에는 매립 라인등으로 분위기 있게 조명을 했고, 커피장을 두고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은 조도를 높여 등을 달았다. 손녀 방으로 꾸민 다락에는 별자리등을 달았다. 들어갈 때 전등을 켜고 안에서도 전등을 끄고 켤 수 있도록 선을 이중 배치했다. 현관을 나갈 때 집안의 모든 등을 일괄 소등할 수 있도록 했다. 전등 등 조명기구는 우리가 선택해서 샀다. 콘센트 하나하나, 스위치 색깔까지 지정하여 전기업자에게 도면대로 부착하도록 하였다.(글 전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