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충남갤러리 개인전을 준비하며
중앙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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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6 08:33 | 최종 수정 2023.09.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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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갤러리 개인전을 준비하며
나는 오래전 스스로 한가지 결의를 했었다. 대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졸업 후에도 ‘벽, 바닥 그리고 의식’이라는 단체의 일원으로 시대의 고통을 직설적으로 토해내는 그림부터 추상작업까지 섭렵하며 10년 넘게 열심히 작업을 했으나 30년 전 중요한 한 축이었던 평면작업을 중단하였다. 그 무렵 “앞으로 자연을 떠나선 어떤 전시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스스로 금기를 깨고 서울 전시를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작년 가을 충남미술인을 위한 전시 공간 공고를 보고 응모하게 되었다.
지금 기획하는 나의 전시는 자연에서 발견하거나 얻은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 풀어놓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왜냐하면 자연미술운동은 단지 미술을 넘어 사회문화운동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들이나 산, 또는 강과 바다에 은닉되어 스스로 소멸하도록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처음 야투 창립부터 초기 10년은 자연미술에 대한 알음알이를 하던 시기였다. 작업을 하면서도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가늠치 못한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자신이 없었다. 그 무렵 이론적 체계를 세우려면 철학, 미학, 노장의 자연주의 사상 등 많은 것을 수렴해야 한다고 생각 했으나 현학적이지 못한 탓에 어느 것도 결행하지 못하고 현장 작업에만 매달렸다.
긴 세월 지난 뒤돌이켜 보니 그때 이론에 매달렸더라면 오늘의 작업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예술의 직관력을 가장 으뜸으로 여긴다. 창작의 결정적 순간은 인성과 신성의 접점이다. 정말 좋은 작품의 최초 감상자는 늘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를 흥분의 도가니에 빠트린 것이 좋은 작품이다. 선지자가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언젠가 자신의 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격을 수 있다.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선승(禪僧)이 선방에 들어 우주의 진리를 꽤뚫고 해탈을 하지 않던가!
거울 앞에 서면 스무 살 청년은 간곳 없고 터럭이 허옇게 세버린 중년이 다가선다. 아! 어쩌다 나를 만나 그 꼴이 되었는가! 연민이 스쳐 지나간 뒤에 그래도 헛되진 않았다는 위안이 뒤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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