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귀촌 95/ 9단계 : 인테리어 공사/ 타일작업 2
중앙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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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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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의 상가들은 많이 퇴락하기는 했지만 저렴한 건자재를 보급하는 기능을 여전히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도 국산보다 국산이나 유럽산을 복사한 중국산 제품이 점차 지배해 가고 있는 형상이다. 서울시는 동대문구에 건축자재 특화거리를 만들어 육성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고, 지방에서는 포천의 대성하우징처럼 업자들을 중심으로 각종 건축자재를 모아서 판매하는 클러스터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건축사는 우리 집은 쓰이는 타일량이 매우 적으니 강남 상가에서 연말 세일을 하니 한 번 가보라고 권유했다. 결과는? 건축사의 소개로 연말 30% 세일에, 한정 수량 제품 전량 구매시 추가 30% 세일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어떤 것은 우리 면적에 딱 맞는 분량 밖에 없었기 때문에 로스가 절대 나지 말아야 할 것도 있었고, 필요량보다 터무니 없이 많은 것들도 있었으나 남는 것들은 옆집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몇 번의 연기 끝에 타일공들이 오고 공사가 시작되었다. 타일 선정에 신경을 많이 쓰신 건축사가 공교롭게도 이 기간에 외국에 출장을 가서 부재중이었기 때문에 공사가 시작하는 이른 아침 시간부터 우리가 공사에 임장하였다. 건축사가 준 도면을 서로 들고 옆에서 서서 도면대로 하는지 지켜보는데, 간섭으로 느끼는지 타일공들의 까칠하고 날카로운 성격들이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공정마다 일하는 사람들의 성격이 일의 종류에 따라 다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옆에 있어서 좋을 것 같지 않은 타일 가루를 쐬여 얼굴이 따가울 정도였지만, 타일은 한 번 붙이면 떼내기 어려우므로 옆에서 직관하였다. 누워 있을 때 보이지 않던 타일들이 제 자리에 배치되자 저마다의 색깔과 모양의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냈다. 현관 옆의 작은 화장실의 바닥 타일과 벽타일의 선이 맞지 않아 신경이 쓰였지만 이게 건축사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탓인지 타일공의 과실인지는 잘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래도 그런대로 만족할만 했다. 한 장의 여유도 없이 가져온 부엌 씽크대 타일도 로스 없이 시공하여 큰 문제는 없었다. 욕조 를 적조할 때 들어갈 타일은 욕조 작업을 할 때 붙이기로 했다.
많지 않은 타일을 고르고 값을 딜하고 배송을 하고, 늦게 배송받는 타일은 타일값보다 배송비가 더 비싸 강남에 거서 직접 가져오는 등의 부산한 일정이 모두 끝났다. 출장에서 돌아온 건축사도 만족해하니 그만하면 다 자알 되었다. 스스로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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