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하는 인테리어 공사는 타일, 계단, 문틀, 도어, 도배, 도기, 가구, 조명, 마루 등을 위한 작업으로 한정하고자 한다. 집 밖의 외장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집안에서는 인테리어 작업을 병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사정이 허락하는 한에서만 그렇다는 얘기지 실제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업자들이야 많고 넘치지만, 이 업자들을 부르는 것은 현장소장의 몫이고, 그들에게도 다 각기 자기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선택지는 많아도 건축주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이다.

도급으로 집을 짓는 사람에게는 시행사가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이게 문제가 안된다. 직영하더라도 현장소장에게 일임하면 간단하다. 그는 늘 하던 스타일이 있고 거래하는 업체가 있어 스타일과 비용만 지정해 주면 끝이기 때문이다. 우리 같이 직접 개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타일의 색상과 크기와 비용을 스스로 챙기는 일이 정말 만만한 일이 아니다.

타일은 주로 현관입구, 화장실 및 욕실, 주방, 보일러실의 벽이나 바닥에 붙이게 되는데, 이것이 집안의 심미적인 요소를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건축사도 현장소장도 미리미리 건축자재상에 가서 자주 타일을 살펴보고 눈에 익히라고 주문했다. 현장소장은 포천에 있는 대형 하우징 샵에도 가보라고 했고, 건축사는 논현동이나 학동의 두오모나 윤현상가 같은 건축자재상가에도 가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건축자재상가는 을지로와 강남으로 양분된다. 을지로 상가는 우리 같은 서민에게 맞는 것들이고, 강남 상가는 부자들을 위한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강남의 상가에 다녀온 아내는 한 마디로 우리와는 관계없는 곳이라고 했다. 눈에 띄는 전등이 있어 보니 300만 원 하는 식이니 감히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배운 점도 있다. 디자인의 수준을 파악했다고나 할까, 내부 자재에 대한 안목을 갖게 되었다고나 할까. 다른 얘기지만 직원들의 친절함과 전문성, 설명 능력을 보면서 영업능력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경험을 한 것도 하나의 소득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