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귀촌 93/- 8단계 : 외장작업/ 줄눈(메지) 작업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09.20 07:23 의견 0

기습적으로 이상고온이 나타난 한 주일 사이에 벽돌을 쌓고 집은 공정을 멈춘 후 다시 3주일이 지났다. 입춘이 다가와 날씨가 풀리면서 줄눈(메지)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공사를 한 옆집들의 줄눈 작업을 지켜보며, 소중한 그림에 마지막 터치하는 화가의 붓질로 표현하며 감탄해 마지 않던 아내는 아예 할아버지 기술자의 작업하는 과정을 비계 옆에서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지켜보고 있다.

줄눈(메지) 작업은, 몰타르로 벽돌을 붙여 쌓은 조적작업 후에 벽돌과 벽돌 사이를 메꾸는 일로 집의 외관을 꾸며주는 치장의 역할과 벽돌 사이로 스미는 빗물 등의 수분을 차단해 주는 방수, 방습의 역할을 한다. 즉 벽돌 사이를 잘 메꿔주지 않으면 그 틈으로 비가 새서 건물의 수명에 영향을 준다. 줄눈(메지) 작업이 끝나고 잘 마른 후에 벽 전체를 발수제를 뿌려서 벽의 방수 기능을 강화하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면 벽돌 사이의 틈을 메꿔주는 이 작업이 간단하지 않다. 우선 줄눈(메지)의 색깔을 선택해야하는데 이걸 잘하면 건물이 살고, 집 잘 지어놓고 벽돌을 잘 쌓아놓아도 이걸 잘못하면 건물이 확 죽기도 하는 것이다. 건물이 기존 건물들 사이에 잘 조화되기도 하고 확 튀여 모양 사납기도 한다. 줄눈(메지)의 색은 벽돌 색깔에따라 주인의 미적 취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문제는 줄눈(메지)의 색깔을 선택하고도 막상 시공하고 났을 때 그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이다.

보통 그 건물, 그 벽돌에 맞는 샘플 시공을 그 벽에 해보고 선택하게 되는데 부분 시공과 전체 시공의 감이 다르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잘못하면 엉뚱한 색깔로 다시 시공하거나 불만족이나 불쾌감을 평생 감수하면서 살아야 될 수도 있다. 줄눈(메지)의 색깔은 살되, 벽돌의 색감을 침범하지 않은 범위에서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세 개의 샘플을 시공하고 나서 일하는 목수들을 다 불러서 1번, 2번, 3번 어느 것이 좋은지 의견을 물어봤다. 집을 많이 지어본 분들이니 그분들의 경험을 높이 샀다. 대체로 한쪽으로 의견이 모인다. 그 의견이 건축사와 아내의 의견과 일치되는 것이어서 최종 선택했다. 아내의 기준은 튀지 않는 것이었다. 나중에 할아버지 메지 기술자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무조건 밝은 색 쪽이라고 하며 잘 선택했다고 한다.

줄눈(메지)은 색깔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 방식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 그 방식에는 평줄눈(메지), 민줄눈(메지), 블록줄눈(메지), 빗줄눈(메지), 엇빗줄눈(메지) 등이 있는데, 벽돌 벽면이 고르고 깨끗한가 아닌가에 따라서 작업방식을 달리 선택할 수 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는가에 따라서 건물 외관의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 주택을 사람으로 치면 지붕은 모자요, 벽돌은 외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벽돌선택과 줄눈(메지) 선택에 신경을 많이 썼다. 작업이 끝난 벽을 보고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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