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귀촌 90/ 8단계 : 외장공사/벽돌시공 2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09.14 07:02 의견 0

벽돌 크기도 참 다양하다. KS는 190*90*57mm인데 수입 벽돌이 많아지고, 벽돌이 치장재로 많이 쓰이면서 이형벽돌이 많이 생겨 205*90*75mm, 230*90*75mm, 205*92*57mm이나 더 나아가 길이가 몇 배로 길어지거나 폭이 짧아진 벽돌이 생겼났다. 우리 집 벽돌은 230*70*76mm 호주산 라임스톤 휴

다음으로는 가격. 개당 가격도 350원부터 몇 천 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국산이냐, 외국산이냐에 따라 다르고, 크기와 색상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흔히 보는 빨간 벽돌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벽돌의 주원료인 흙의 종류에 따라서 색상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색상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외국산 벽돌이 활용된다.

벽돌회사의 영업비밀이라고 가격은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건축사가 5-6개의 벽돌 샘플을 가져왔다. 함께 짓는 집의 색깔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사람들이 각자 자기 벽돌을 골랐다. 재미있는 것은 건축사가 샘플 벽돌을 가져오면서 이 사람은 아마 이 색깔을 고를 것이라고 예상한 대로 건축주들이 벽돌을 골랐다는 것이다. 설계하고 시공하면서 건축사와 건축주가 그동안 상당히 마음을 맞추어 왔다는 증표라고나 할까?

벽돌 한 장만으로는 집의 용모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 테지만, 아내는 크림색 계통의 호주산 벽돌을 선택했다. 벽돌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벽돌 쌓기. 벽돌 쌓기는 건축주의 마음대로가 안된다. 건축주의 일정과 천기의 조합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벽돌을 쌓으려면 쳐다보아야 한다. 눈이나 비가 와서는 물론 안되지만 추워서는 절대 안 된다. 일하는 사람들의 손이 곱을 뿐만 아니라 벽돌을 붙이는 시멘트가 얼기 때문이다. 벽돌 쌓기는 일당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장당 얼마 이렇게 계산하는데 보통 장당 750-1200원 한다. 한 마디로 벽돌값 보다 돈이 더 든다는 얘기다.

공사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12월 중순까지는 쌓으려 했던 조적공사가 추위 때문에 계속 미루어지다가 다행히 겨울 중 이상고온이라는 지난주에 기습작전 하듯 벽돌을 쌓았다. 평소 5-6명씩 다니던 조적팀이 인원을 9명까지 보강하여 3일 만에 벽돌을 쌓았다. 벽돌을 쌓다 보면 불가피하게 로스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필요한 양보다 더 시키게 된다. 현장소장이 9400장을 주문한다는 것을 고집을 부려 건축사무소의 캐드 예상치 8000장만 주문했다. 벽돌은 들여오는 개당 값도 문제지만, 남아 폐기하게 되면 또 비용을 부담하게 되기 때문이다. 벽돌은 8100장이 들었다. 덤으로 보내준 벽돌이 있어서 다행히 벽돌은 모자라지 않았다. 로스율을 줄인 노련한 조적공들 덕분이다. 조적공사가 마무리되자, 오랫동안 미루어진 일이어서인지 대업을 이룬 듯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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